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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야기

고모님의 결혼식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2. 19. 16:48

지금 미국에 살고 계신 고모님의 결혼식 사진이다.

결혼 당시 수원에서는 명문중학교 등용문의 과외선생님으로, 이름을 날리던 절정의 시기였다. 나도 방학 때만 되면 고모에게 가서 과외를 받고 우등상장을 계속 타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 오른다.

사진속 고무부는 예물 시계가 제대로 잠기지를 않아 결혼식 내내 불편해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앞줄에서 노닥거리며 잡담을 하던 두 꼬마는 함께 과외를 하던 민 일식과 하 창용이고 바로 뒤 흰색 정장을 입고 서 계신 분이 고모님의 가장 친한 친구 혜영 고모님이다. 

오른쪽에 미사포를 쓰고 오른쪽에 앉아 계시는 분이 세상에서 가장 나를 아껴 주시던 할머니이며 뒤쪽에 아버지와 어머님이시다. 양복을 입고 계신 아버지가 참 번듯하시다. 그리고 고모부 뒤쪽에 코트를 입고 계신 분이 상업은행에 다니던 윤재 아버님이시다.

어머니 옆의 줄무늬 스웨터를 입은 꼬마가 나인데 반쪽만 찍혔다. 저 스웨터를 저 해 가을 내내 입고 이듬해에 봄에도 입다가 팔꿈치가 헤어져 일 년만에 버렸던 기억이 남는 스웨터이다. 할머니 옆에 앉아 있는 여자 아이가 영악스레 마루 밑에서 주운 훈장을 빼앗아 간 고모부 조카아이이다.

50년 전 사진을 챙겨 보니 옛 어르신들의 자태가 곱다. 자식들을 위해 온 몸을 불사르시던 고마운 분들인데 세월이 흐르다 보니 소식이 끊기고,, 멀리 떠나고, 한 분 두 분 하늘에 계셔서 이렇게 앨범 속의 사진을 바라보며 추억을 반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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