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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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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각들

마음이 아파지는 꿈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1. 25. 14:22

마음이 아파지는 꿈


그저 모든 것이 거꾸로 된 느낌이다. 나란 놈은 그 희곡 속의 주인공 "에스뜨라 공"에게 마저도 공감을 가질 수 없으며, "골드문트" 도 " 나르찌스" 도 될 수 없는 그런 인간이다. 정신적인 사랑은 많은 문학의 주제로 즐겨 인용되어 "베아트리체" 와 "에바 부인"이 탄생되었으나, 이도 저도 사랑할 수 없는 나란 놈은 현실 속의 나약함만을 탓하는 겁쟁이에다 화학 선생의 핏발 선 목덜미 만을 경멸하는, 한심하고 덜 돼먹은 놈이다.

어제는 아무 영문도 모른 채 퇴학 당하는 꿈을 꾸었다. 어쨌든 퇴학당한 학생 자격 없는 신분으로 성가대의 합창을 들으러 한 시골 성당엘 갔다. 아직도 성당 가는 길의 정경이 눈에 생생하다. 소나무 숲이 성당 정문 앞에서부터 낮으막한 진흙 절벽까지 연결되어 있고, 폭 2-3미터가량의 붉은 길 옆에 자라고 있는 싸리나무들의 흔들림이....

그리고는 성당 정문 뒤쪽의 높지막한 원두막 같은 파수대에선 늙은 문지기가 성경책을 보고 있다. 좀 더 자세히 들을 양으로 싸리 문을 밀쳤지만, 내게는 너무 벅찼다. 늙은 문지기는 손쉽게 열어준다. 나는 그 문지기에게 인사도 못한다. 이층 창가에 그 애의 모습이 보인다. 내 맘은 설레지만 곧 난 퇴학당한 놈이라고, 사랑할 자격조차 없는 놈이라고 자학을 하며 돌아선다.

그 성당은 문학책속에서 느끼던 그런 수도원 같은 곳이었다. 비참한 마음으로 돌아오며 옛날 다니던 청량리교회 엘 들렀다. 모두들 초점 없는 눈과 냉정한 표정으로 싸늘한 악수들을 하며 한 사람 한 사람 씩 사라진다. 난 그만 저며오는 가슴을 부여안고 그 곳을 도망쳐 나온다. 그리고, 흰색의 천장이 보인다.

1975.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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