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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사흘간의 독백 본문

내생각들

사흘간의 독백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1. 25. 13:18

사흘간의 독백

친구!
그때가 언제인지 기억은 없지만, 스스로 나 자신의 글을 쓰고 있더군... 무언가를 어렴풋 깨닫던 사흘간의 독백이지. 이 글 비록 가치는 없지만, 내 사상의 일부이며, 평소의 삶에 대한 일종의 게시일 게야. 인간은 너무나 약하지. 옛 인간들은 단지 자연에만 약했지만, 현대를 사는 인간들은 너무도 자신에 약해. 지금도 무능하고 쓸데적은 인간들이 너무도 많단다 그럼 지금부터 써 내려가기로 하지.

친구!
병든 세상이야! 이젠 인간의 존재가 무가치한 것으로 하락하고 말았다. 나만의 望想 인지 모르지만, 왠지 그를 부정하고픈 마음은 없었어. 비는 인간을 센치하게 해 준다고 했지. 난 그런 말이 싫어졌다. 감상주의적인 태도는 모순을 낳기 쉽기 때문이야. 탈 쓴 모순이 증오의 악으로 화 할지 몰라. 난 아직 어리거든. 이대로의 상태가 계속되었으면 하는, 조금 전과는 다른 이질적인 망상이 떠 오르는구나.

허공에 달린 추 마냥 갈피없는 무료한 시간의 흐름이다. 이럴 때면 가치를 모르는 생물들이 마냥 부러워지지. 그래! 무가치한 것이 때론 공감을 주는 모양이야. 아니 동경을 주기도 하는 것 같아. 인간이란, 가치를 따질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무한한 가치를 함유한, 가치적 존재일 수 있겠지. 난 그런 인간들을 동경한다.

하지만 돌아선 그들에게서 무가치한 행위로 자신을 하락 시키는 멍텅구리 같은 존재들을 발견한다. 모든 탐욕, 이기, 본능에 의한 삶, 거짓, 소유... 모두가 혀를 깨물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는 무가치 한 존재들의 구역질 나는 사상 때문이야.. "인간 본연의 순수는 죽음에서 일어난다" 고 누군가 말했을 것 같아. 순수를 찾고 싶다. 부패된 삶과 본능적인 인간, 그리고 나의 현실과 동화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불만족과 어른이 되어서의 바람을 잃어버리고, 어릴 때의 커다한 야망이 꺽여질 그런 생활이 싫어서이지..

모두 가증스럽기만 해. 거리에 뛰쳐나가 한 껏 난동을 부리고,누구든, 무엇이든, 나의 시야에서 놓여나게 하고 싶다. 아무도 건드리는 사람이 없을 걸? 자기들만을 위한 인간들이니 말이야. 비척비척 걷다 썩어빠진 존재들의 삶에 한껏 저주를 퍼붓고 피를 토한 채 콱 요절했으면 좋겠다.

친구!
지금의 난 또 다른 인간이 되었지. 어제의 폭발할 것 같은 마음도 누그러진 채.. 오늘과 같은 밤은 누군지 무척 그리워진다. 이룸이 부족한 靈 (영)의 대화는 밤의 사상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해 주었어. 즐비하던 가로등도 골목길 외등도 차츰차츰 쓸쓸해 가지. 얼마 안 있으면 딱따기 소리가 들리고 조금 더 있으면, 먼 곳에서 아주 먼 곳에서 빛을 안은 내일이 올 게야..

온 들 그리고 가 버린들 반갑고 슬플 리 있겠니? 그래도 그들은 자꾸 오가는구나. 색이 바래며 빛과 함께 구겨지는 인생을 계속 이뤄 나가야 될는지 모르겠어 허망한 ⾁ 에 대한 증오와 삭막하기만 한 영적 관념에서 오는 비애의 감정은 언제 스러질지 모를 가냘픈 숙명을 안겨주고 있지. 아직 딱따기 소린 들리지 않고 있어. 사랑하는 사람을 그려 볼 만한 순간이야. 하지만 또 다른 인생은 허허한 감정에 비창을 느끼며, 그런대로 지내야 될 게다..

구르는 쇠 바퀴와 무쇠조각의 따가운 마찰음이 꼭 막혀있던 귓구멍을 화악 틔어주었어. 덜 깬 어지러운 눈으로 반성을 하지. 하지만 쓸데없는 어리석은 짓이야. 한 갖 짧기만 한 인생에 대한 추억을 되살려보는 그런 가련한 동물이라 깨달은 때문이지. 어설픈 모습, 덜 깬 눈동자, 후들거리는 팔과 다리,,, 떨리는 다리가 요새는 더 심해졌어. 그리곤 썩어버린 생각이 있지. 모두가 나의 삶을 자꾸자꾸 수렁으로 넣어 버리려는 무던히도 할 짓 없는 존재들이야. 난 그들을 쫓아 보낼 능력이 없어. 포용하지. 억지의 포용이야. 하지만 포용은 분명 포용이거든. 그래 난 그 하날 믿고 이제 나의 삶과 함께할 삶을 구하는 인간으로 변할 게다.

친구!
오늘이 세 번째 밤이로군. 얼마 되지도 않은 시간인데 그 동인 꽤 변했어. 문득 동심의 유희가 그리워져서이지. 난 이제 삶에 미련을 둔 채 살아가야만 할까 보다. 모두를 하지 못하는 무능력자이기 때문이지. 난 어리석음으로 사는 인간이야. 쓸데적은 정직이었지.

생의 욕구가 꿈틀거리며 맥박의 고동과 숨소릴 멈추질 않고 있어. 악의 이지러진 미소를 생각하고는 더욱 삶에 대한 애착을 갖게 되었나 보다. 고독은 오질 않았어. 어린애는 혼자를 느꼈을 때 소리쳐 울지. 아이는 고독의 존재를 모르거든. 그렇지만 공포의 감정이 더욱더 혼자를 용납하질 못 한때문이야. 우린 결코 고독이란 걸 두려워하지는 않지. 나 같은 인간마저도 그를 좋아하고 있으니...

어제 분명 오늘이 미래라 하였고 허한 공허를 남긴다 했어. 현실이 눈 앞에 닥치고 썩어빠진 기어의 삐걱이는 소리처럼,
현실은 지금도 흐르고 있어. 어쩌면 내일이란 미래도,또 현재 같은 슬픈 시간 일 수도 있을 걸.. 조금 전 부활하려던 생각이 다시 스러지려 하고 있어. 자아를 잃은 채 방황하는 무리 속의 개체로서, 이젠 또 스러져 버릴 사상을 목표로 한 채..

언젠가 비 오던 날이었지. 사랑하던 이의 모습이 문득 환상에 떠 오르다 사라져 버린 안타까움이 있었어. 어리석기만 한 이 놈이 그래도 미련이 남아 있었는가 보다. 바보처럼... 하지만 난 모든 것 다 잊더라도, 마그리뜨의 사랑과 나르찌스의 사랑만은 언제까지고 내 품에 품고 있을게다.

친구!
이젠 그만 자야겠어. 사흘 동안 뭘 했는지 미친 짓이야. 청량리엘 들려 봐야겠어. 인생이고 뭐고 다 집어치워버리는 게 속 시원한 일만 같아. 참 내일 저녁 부남일 만나기로 했지.. 참 좋은 애야. 그 애가 좋은 애라고 칭찬 한 번 해 주겠나! 물론 해 주리라 믿어. 넌 내 친구니까..

악몽에 시달림이 없기를 나의 신께 빌겠네. 그리고 내일까지는 죽지 말게. 모레 아침엔 학교를 가야 되거든. 이제 더 할 말이 없어. 가지고 있던 모두를 떠 벌여놓아서인가 보네. 그럼 친구 ! 너와 너의 친구에게 행운을 주며 오늘은 이만 그치겠어.
안녕..

[중화중학교 교지 창간호] 74.10.31


* 내 열 여덟살 늦가을에 공연한 사춘기의 염세주의적인 생각이 들었나 보다.
한 때 사랑? 한 여학생과 이별의 괴로움을 떠 올리며
딴에는 꽤나 심각한 마음을 토로했다.
풋풋한 젊음의 객기가 묻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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