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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가시자구요 헤어진 첫사랑도 세월이 흐르다 보면 기억의 공간에서 잊히고, 친하던 친구라도 눈앞에서 멀어지면 마음속에서 비워진다. 그러다 언젠가 사소한 계기로 인하여, 잊히고 비워졌던 그 옛날의 추억을 끄집어내고 펼쳐 보이다 보면, 그리움이라는 소중한 느낌을 얻게 된다. 아주 오래전 일이다.! 아침마다 함께 출근하자며 우리 집으로 차를 몰고 오던 직장 동료가 있었다. 집으로 들어오질 않고 담장 밖에서 "가시자구요"라고 맑고 약간 높은 톤으로 외치는 터라, 그 목소리만 들으면 아주 기분이 상쾌해지며 마음이 푸근해지곤 했다. 어린 아들도 그 목소리가 듣기 좋았는지 동료가 올 때쯤이면, " 가시자구요 " 아저씨 언제 오시냐며 동동거리곤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임용시험에 합격을 하여 연천군으로 발령을 받은 ..
내 친구 정구 자정이 다 된 시간에 정구에게 전화가 왔다. 이즈음 부모님들의 연세가 있어 친구들에게 오는 늦은 시간의 전화는 은근히 불안하다. 걱정된 마음으로 수화기를 들어보니 기분 좋은 취기가 든 목소리라 내심 안심하였다. 내 건강과 집안 두루두루 안부를 전하며 연실 "사랑한다 친구야"를 되뇌는 심성이 참으로 고맙다. 전화로 뽀뽀까지 해 달라는 녀석의 청까지 들어주고 나서야 통화를 마쳤다. 곰곰 생각해 보니 지난 삼십여 년간 수많은 희로애락을 함께한 죽마고우인데도 불구하고 일과 조금 먼 거리를 핑계로 요 근래 들어 띄엄하였다. 나는 성격이 칼칼하여 그다지 많은 친구를 두고 있지 않다. 그냥 어렵사리 사귄 친구들과 수 십 년씩 교우하고 있으며, 이제 새삼 새로운 친구를 맞고 싶은 생각도 별로 없다. 내 ..
두 아들 우리 집안은 아버지대 로부터 형제간의 터울이 좀 있다. 아주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집안도 물론 있겠지만, 보편적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고모님과 아버님과 10년이 넘고, 나와 여동생과는 7 년 터울이며 남동생과는 11년 터울이다. 그런 내게 6살 터울의 두 아들이 있다. 큰애는 26살 작은 애는 20살이다. 여늬 집안과 마찬가지로 다 큰 사내 녀석들이라서 집안은 늘 와랑와랑 거린다 그 속에서 작은 행복감을 느끼며 살고 있다. 요즈음 작은 아들은 경인고속도로 도화 나들목 입구에 있는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벌써 두 달이 다 되어 가는데도 불평 하나 없이 꾸준하게 다니고 있는 본새가 단단히 작정을 한 듯하다. 대학에 입학하기 전에는 늘 게임과 판타지 소설 읽는 것으로 날 밤새우기 일쑤요,..
60년대 답십리의 풍경과 추억 / 내가 살던 신답초등학교 주변을 위주로 어느 날부터 인터넷에서는 사용자들을 위한 아주 고마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구글 맵 " 에서 위성으로 전 세계의 주요 도시를 25미터에서 50미터 상공에서 볼 수 있도록 촬영한 평면 사진으로, 미지의 도시에 대한 아름다움과 실체를 지구인들의 눈앞에 보여주는 혁신적 기술을 자랑하더니, 우리나라에서는 바로 얼마 전부터 " 다음 "에서 이름하여 "로드 뷰"라고 명명한, 실제 차량에 카메라를 싣고 거리를 운행하며 주요 간선도로를 찍어 동영상으로 수도권과 광역 도시의 면면을 집 안에서 볼 수 있도록 해 주는 실로 대단한 서비스를 제공해 주고 있다. 고마운 " 로드 -뷰 "서비스 덕분에 나는 소년기 시절에 살던 답십리의 변화된 모습을 공..
공항의 어느 봄날! 창 밖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개나리가 봄바람에 살랑거린다. 멀리 해맑게 웃으며 인사를 하는 처녀의 얼굴도 봄 빛에 빛나고, 입고 있는 웃옷의 파란색이 개나리들의 노란색과 어우러져 문득 몬드리안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열려있는 창문으로 쉼 없이 부드러운 봄바람이 들어와 함께 놀자며 속삭인다. 그동안 인천대공원을 비롯해 시내 이곳저곳에서 , 탐스러운 벚꽃 무리들이 교태를 부리며 눈을 즐겁게 하더니 이제는 꽃비 흩뿌리며 내년을 기약할 날만 남겨두고 있다. 섬 바람이 꽃이 피는 날을 며칠 늦추었는지 이곳 공항에는 이제야 벚꽃들이 활짝 피어, 시리도록 하얀 자태를 뽐내고 있다. 영종도에 공항이 들어선 지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고, 그때 심은 벚나무들의 덜 여문 모습이라 아직 눈에 덜 차기는 ..
내 인생의 나침반 사람들은 항상 무언가를 배워가며 인격을 형성하고 지혜로움을 터득한다. 청소년기는 한 사람의 인격과 인성의 골격을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이며, 청소년기에 형성된 좋은 품성과 지혜는 그 사람이 평생 살아가는 동안 충분한 자양분이 된다. 그래서 청소년들에게 가정과 학교는, 품성과 지혜를 형성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내 인생의 지표를 나누어 주신 선생님 두 분이 계시다. 다들 어려운 경제생활을 하던 60년대에 나는 서울의 한 초등학교를 다녔다. 반 학생들 중 형편이 좀 나은 학생들은 얼마 안 되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어려운 생활에서도 구김 없이 학교에 다니고 들 있었으며, 나도 그중의 하나였는데, 담임 선생님께서는 유독 내게 개인적인 관심을 갖고 대해 주셨다. 일요일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