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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내 짦은 이야기 (130)
형과니의 삶
이 백과 바보 가슴에 돌을 던져 봅니다. 퐁당 소리 나는 내 가슴은 냇물입니다. 아무 소리가 나지 않는 친구의 가슴은 호수입니다 서로 손을 잡아 봅니다. 친구의 손에서 피가 납니다. 나는 칼입니다. 내 손은 환하게 빛이 납니다. 친구는 보석입니다 옛날 국어 선생님께서 나는 두 보, 친구는 이 백이라 비교했답니다. 나는 바보가 맞구요, 친구는 이 백이 맞습니다. 오늘 두 친구가 술을 마셨습니다. 나는 나를 위해, 친구도 나를 위해, 나는 소갈증인데도, 친구는 다이어트 중인데도. 아차산을 뛰어 오르며 호연지기를 기르던 그때부터 우리는 늘 그랬습니다. 그래 왔습니다. 수 십년 지나 이제야 깨닫습니다. 내가 무뎌져야 친구가 나를 편하게 안을 수 있다는 것을. 친구는 이 백이 맞습니다. 나는 바보가 맞구요. 20..
퇴근길 아내와 집 앞에서 마주쳤다. 아내도 퇴근하는 길이다. 어스름 밤 골목에서 마주친 아내와 내가 빙그레 웃는다. 아내 손의 장보를 받아 들며 무거운데 하며 웃고 장보를 건네며 안 무거워 하며 웃는다. 아내의 미소가 좋다. 내 마음속 노곤 해지는 이런 웃음이 정말 좋다. 아내의 퇴근길만 아니면.. 2013. 1. 29 - 그루터기 -
바보의 허망 일요일 오후! 눈을 떠 보니 세시 사십 오분 !ᆢ 내가 어느 공간에 존재하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아주 찰나적인 순간에 나 자신을 잃었고 내가 현재에 스스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는 것 역시 찰나적인 시간과 공간외에 더 이상 필요함이 없다는 것도 함께 깨달았다 이미 사십년전의 깨달음을 이제 와서 한낮의 꿈결로 인해, 내 삶이 순간의 카테고리로 이어지고 있다는 진실을 알게 되었으니 헛먹은 나이는 어쩔꼬! 바보의 허망이라... 2013 . 1 . 20 - 그루터기 -
고 드 름 어릴적 얘는 장난감이었지 아드등 깨물어 먹고 핥아 먹고 칼싸움도 하고, 오늘 커다란 얘을 보았네 그 때 봤으면 까무러질. 한참 쳐다만 봤더니. 그 옛날 답십리 골목 우리집 추녀에 달린 추억만 가만 떠 오른다. 13.1.10 - 수봉폭포에서 -
겹바지 벗던 날 겨우내 숨어 있던 목련이 눈에 잡혔다. 너! 잡혔어..니가 술래야. 방싯방싯 눈웃음에 바알간 홍조띤 안개 춤추는 4월의 어느날 아침. 겨우내 술래잡기하던 봄이 다가왔다. 영양사의 봉긋한 앞섶에 살풋 미소짓다 햇살 가득찬 식탁에 동그마니 앉아 있는 해맑은 4월의 어느날 정오. 겨우내 신선놀이하던 벗이 찾아왔다. 털복숭이 두팔 가득 유채향 담고 넓직한 등판에 매화향 담뿍 지고서 허허 된장같은 벗이 다가온 구수한 4월의 어느날 오후... 겹바지 벗던 날. 2012 . 4.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