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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황망한 이별 본문

내생각들

황망한 이별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2. 5. 01:50

황망한 이별

오늘 또 하나의 인연과 이별을 하게 되었습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좋건 싫건 만남과 이별은 겪으며 살아 가야지만 오늘 같은 급작스런 이별 통고를 받게 되면 아쉬움보다는 황망함이 앞서게 되지요. 비록 상대가 평소 그리 예뻐 보이지도 않고 달가운 구석이 하나 없다 해도 몇 년간 한 팀을 구성하여 동고동락을 해 온 처지니만큼 서운함과 어쩌지 못할 씁쓸한 마음으로 그를 보냈습니다.

사실 그는 처음 만날 때부터 밝은 면보다는 어두움이 느껴지고, 시간이 지나면서도 모든 면에서 한 군데도 내 마음에 들지를 않았습니다. 본성과 다르게 퉁명스러운 말솜씨와 불량스러운 태도가 그에게 다가감을 멈칫거리게 하였고, 습하고 칙칙한 면이 강하게 어필하는 바람에 의도적으로 그를 멀리 하려 한 것이 습관이 되면서 그를 단순한 동료 이상으로 생각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결국 퇴근길에는 방향이 틀리다는 핑계로 술 한잔 하자는 제의도 거부하였고, 간혹 식당에서 마주친다 해도 불쾌감을 주는 식습관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회식자리 외에는 의도적으로 자리를 피하였으니, 그 역시 무심한 나의 태도를 인식했을 것이고 언감생심 호의를 바랄 수는 없을 테지요..

그래도 나보다는 그가 내게 대하는 태도가 조금 더 밝지 않았나 싶습니다. 먼저 다가오며 인사하는 품새나 , 간혹 부탁이나 의논을 청하는 빈도가 다른 동료들보다는 횟수가 현저하게 많은 것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이건 오로지 나 혼자만의 판단일지 모르고, 그 역시 나처럼 속을 내비치지 않으면서 겉으로 무심한 듯 생활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던 그가 오늘 점심식사 후 느닷없이 내게 회사를 그만둔다면서 손을 내밀고는 그동안 고맙다느니 미안하다느니 아쉬움을 표하네요.. 다소 불미스러운 일로 징계심의절차가 진행 중이라 그 압박감이 심해 한 순간에 퇴사를 결정한 모양인데 결과도 안 보고 이렇듯 도망치듯 떠난다니 허탈하기까지 합니다. 황망함에 내일 또 볼 사람인 듯 그저 잘 가라는 인사를 하고 아무렇지 않게 그를 보내자마자 순간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가슴을 치며 지나갑니다.

함께 보낸 몇 년의 세월동안 이런저런 켜켜이 쌓인 정리가 있을 텐데 어찌 그리 박절하고 야박하게 그를 보내는 인간미 없는 태도를 보였을까 생각하니 정말 황당했습니다. 아무리 마음에 안 들었던 사람이라지만 말 한마디로 천냥 빚도 갚는다는데 진심으로 아쉽고 서운한 표정을 짓고 두 손을 부여잡으며 따뜻한 인사말로 보내는 것이 그렇게 힘든 일이었을까 되새겨 보니 내 행동은 이별을 맞는 태도가 아니었습니다.. 사람끼리 살아가는 인간관계를 이렇듯 무덤덤하게 끝내는 게 아닐 테지요.

극작가 버나드 쇼가 하트퍼드셔가 시골집에서 숨을 거두기 전 스스로 이런 묘비명을 남겼습니다.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 버나드 쇼야 자신이 하고자 할 일을 못한 채 생을 마감하는데 대한 불만의 유언인지라 지금 내 입장과는 다르겠지만 , 이런 일에 야무지게 할 말을 못 하고 우물쭈물 시간을 보내다 보면 괜스레 어색해지고 끝내는 버나드 쇼와 같은 말을 하게 될 겁니다. 누구나 후회하는 삶을 살고 싶지는 않을 테고 나 역시 그렇습니다. 그러니 오늘 같은 상황에서 후회하지 않으려면 한시라도 빠른 시간에 그를 만나서 이별주 한 잔 하자는 연락부터 해야겠네요..

2011 - 09 - 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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