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것이 모자람만 못하다.

넘치는 것이 모자람만 못하다.

넘치는 것은 느낌이나 기운이 퍼져 나오거나 거세게 일어난다는 뜻과, 물질이 가득 차서 밖으로 나오거나 정도와 분수 등이 지나칠 때 쓰는 말이다.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마음이 다르지만 나는 대체로 넘치는 것보다는 약간 모자란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근래 큰 아이의 은근한 불만 섞인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나는 아직 스마트폰을 장만하지 않아 큰아이의 탭으로 데이터를 다운로드하는 횟수가 잦아지면서 자기의 여자 친구와 자유로운 카톡을 하는데 제재를 받자 연애에 방해가 되니 적당히 사용해 달라는 요구인데, 잠들기 전에 잠시 짬을 내 다운로드하면 될 것을 가지고 저리 심통이다.

내가 좋아할 기가 막힌 앱을 찾아 알려 준 것이 여차친구이고 기꺼이 데이터를 다운로드하는 고생을 감수한 것도 고맙지만 녀석은 오래전에 컴퓨터를 포맷하면서 내가 수년간을 수집한 글쓰기에 필요한 방대한 자료를 한 순간에 반이상 날려 버린 적이 있어 내게 아주 크게 야단맞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작년에 탭을 구입해 사용하던 중 여자 친구가 알려 준 앱으로 데이터를 다운로드하으며 흐뭇해지는 아비의 모습을 보고는 모처럼 실수를 만회할 기회라 생각하고 기분 좋게 적극 협조를 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한 사연이 있으니 녀석 역시 대놓고 불만을 가질 수 없는 것이고 나 역시 아비를 위해 그 정도의 불편쯤은 감수할 줄 알았는데 뜻밖에 기한이 길어지자 심통을 부리기 시작하게 된 것이다. 나 역시 이렇게 기한이 길어질 줄 애초에 생각도 못했으나 갈수록 탭에서 귀한 자료를 찾아보는 맛에 세월 가는 줄 모르게 되었던 것이다.

이러니 불편을 토로하는 녀석의 탭을 무한정 쓸 수는 없는 노릇이라 결국 아내와 상의하여 스마트 폰을 장만하기로 하였으니 결국 나의 글쓰기에 필요한 자료수집 욕심이 가계에 부담을 주게 되었다.

그렇지만 새로운 기계를 이용할 생각에 아이처럼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넘치는 것보다는 모자라는 것을 선호한다는 내가 결국 언행 불일치를 이루게 되었으니 아직 어른이 되려면 세월이 조금 더 지나야 할 것 같다. 논어의 과유불급(過猶不及)을 되새겨야 할 나날들이다...

2012 - 02 - 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