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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창피합니다. 미안합니다. 본문
"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을 사람만 남는다." 이 말을 수긍하며 살아야 되는 게 우리의 삶입니다. 하지만 조직에서 떠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어떻게든 남고 싶어 비좁은 웅덩이에 바글거리며 숨 쉬고 있는 게 현실이지요. 아래 사진을 보면 어느 누구 하나 그늘진 얼굴이 없습니다. 참 즐거운 표정들이지요. 체육행사를 시작하기 전 부서 직원들의 모습입니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 게임을 임하는 마음 가짐들이 즐거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십여 일의 시간이 지나고 난 뒤 저 사진 중의 한 사람은 빨강카드를 받고 직장이라는 운동장에서 떠납니다. 아무리 본인이 잘못을 했다 치더라도 과연 "해고"라는 가혹한 사회적인 처분을 당하는 사람은 얼마나 큰 상심을 할지 상상이 안 됩니다.
나는 아직 그런 기분을 못 느껴 봐서 다행이지만 혹시라도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게 되는 사태가 닥친다면 생각하기 싫은 현실이 올 것 같습니다. 남은 삶에 대한 대비와 작은 애의 학비와 큰 애의 결혼비용 등등. 참 무섭군요.
" 해고 " ~!?
삶의 일시적인 중단! 세상을 살며 믿고 싶지 않은 현실, 아주 잔인하게 다가오는 생계에 대한 커다란 위협, 거기에다 조직에서의 이탈에 대한 두려움. 마지막으로 막막한 세상과의 단절. 이게 현실이고 내 앞에 닥친 사실이라면 당신은 어떻게 느낄까요?
왜? 지금 이 현실이 사실인가? 합리적인 조직의 횡포인가? 내가 어떤 잘못을 했는가? 아무리 자문해봐도 답이 없을 겁니다 그러면 저 사진 중에서 해고당한 사람을 보는 내 입장은 어떨까요? 사실 저 사람에 대한 내 속마음은 이렇습니다. "그동안 당신과 나의 만남에 대해 되새김질을 해 봐도 좋게 생각되는 추억이 하나도 없다. 그저 악연만 있을 뿐. 당신은 이 조직에서 필요 없는 사람이다. 내 삶 중에 없어져야 할 사람이지. 조직 중에 없어져야 할 개체를 하나하나 대입시켜 봐도. 당신은 진짜 나와 함께 이 직장을 꾸려가기 힘든 사람인 게 맞다. 하지만 ~ 그렇다는 사실이 슬프고 내가 그렇게 생각해도 그것이 사실임이 답답하다..
" 그런데 며칠 전 술 한잔 하면서 결국 속내를 그대로 내뱉었습니다.
"당신!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야~"
"송별식 이후로 안 볼 거야"
"그리고 해고당해도 마땅 해 "
"거침없이 이렇게 말하는 나 자신이 싫지만,
당신도 이런 나를 싫어해라! 어쩔 수 없다,,,,"
나라는 인간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맞아요. 이러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절대 저러면 안 됩니다. 아무리 싫어도 적어도 좋건 싫건 헤어지는 만남의 끄트머리에, 겉으로 직접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없어요. 떠나는 사람에게 거기에다 해고당한 사람에게 이처럼 얘기하면 절대 안 됩니다.
하지만 나는 잔인한 말로 저 사람을 떠나보냈습니다. 아무리 싫어도. 그래도 떠날 때는 좋게 보내야 하는데 그저 그냥 보내고 혼자 이렇게 후회하고 있어요. 어쩔 수 없지요. 저 사람은 앞으로 살아가려면 반드시 독기가 필요한 사람입니다. 그래요! 가는 사람은 갈 터이고 남은 사람은 남을 겁니다. 어제 함께 나와 놀던 친구도 오늘 나와 즐겁게 얘기하던 친구도 시간이 지나면 그렇게 갈 것이고 가 있는 줄 알 것이고. 이미 가 버린 줄 알 겁니다.
그런 게 지금 우리의 삶이라 위안하며 서로 금 그어 놓은 세상의 한 선이 있습니다 그 금을 벗어나지 않으려 애쓰고 서로 챙기며 산다는 게 그게 나와 우리의 인생이라고 그렇게 마음 다스리렵니다. 先公後私(선공후사)하고 先難後獲(선난후획)한다고 해서 무슨 말로 자기 위안을 한다 해도 남을 말은 딱 두 가지입니다...
" 못 지켜서 창피합니다."
" 못 지켜서 미안합니다."
하지만 " 잘못했습니다"라는 말을 할 사람은 따로 있습니다..
2011 - 6 - 12 - 그루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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