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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아 미 월 (蛾眉月) - 수필 본문

내이야기

아 미 월 (蛾眉月) - 수필

김현관- 그루터기 2025. 2. 4. 00:45

아 미 월 (蛾眉月)

우연히 올려다본 밤하늘에서 마주친 초사흘의 초승달은 오랜만에 느껴보는 신선한 감정의 원천이 되었습니다. 깜깜한 서녘 하늘에 걸린 달은 마치 새치름한 소녀처럼 고요한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은 마치 웃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장난스러운 눈짓을 보내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초사흘의 아미월은 언제나 내 마음을 설레게 했던 존재였습니다. 방싯방싯 웃고 있는 달은 이름처럼 생글생글한 모습으로 나를 맞이했습니다. 오리온에게 보내는 추파인지, 카시오페아를 향한 흘기는 눈짓인지 분간할 수는 없었지만, 그 모든 것이 어울려 밤하늘의 아름다움을 더해주었습니다.

가시철망 사이로 보이는 방긋 웃음, 노랑 불빛 위로 벙싯 웃음, 그 모습들이 내 마음을 따스하게 감쌌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긋 벙싯 웃는 그 달빛을 따다가 심통쟁이 모아이 입술에 찰싹 붙여주면 어떨까? 아니면 생글생글한 눈짓을 거두어 꿈 많은 아내의 눈에 함초롬히 그려주면 어떨까?

이렇게 아미월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살진 것도 아니고 야윈 것도 아닌 음력 초사흘의 맞춤 초승달은, 단순히 하늘에 떠 있는 하나의 천체가 아니라,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잊혀졌던 감정들을 다시금 떠올리게 해주는 존재였습니다. 그 달을 보며 느끼는 심사는, 오랜 시간 동안 잊고 지냈던 순수한 감정들을 간결하고 담담한 마음으로 다시금 그리게 해주었습니다.

얼마만인지 모를 만큼 오랜 시간 동안 잊고 지냈던 아미월, 그 달을 보며 느끼는 이 감정들은 나에게 새로운 힘과 용기를 주는 듯 합니다. 밤하늘의 초승달은 그저 어둠 속에 떠 있는 작은 빛이 아니라, 내 마음 속 깊은 곳을 밝혀주는 희망의 등불이기 때문입니다!.  2025.2.3

#정월 초사흗날에서 사흘이나 지났아도  밤 하늘을 쳐다 보니  아미월의 느낌은 잔잔히 살아 있네요

 

https://youtu.be/o0Jsxh81l7M?si=BQtEaomaCQelp5cG

Moonlight Serenade - Swingle Singers 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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