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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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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사탕 요즘도 하얀 설탕에 싸여있는 박하사탕을 보면 할머니를 떠올리는 버릇이 있다 할머니와 함께했던 박하사탕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 오르기 때문이다. 할머니의 존함은 阿天이다. ⾦ 阿 天! 지금 시각으로 보면 별로 이상한 이름도 아니지만 학창 시절의 나는 할머니의 존함이 매우 이상하였다. 할머니께서는 돌아가시기 오래전부터 중증 폐결핵을 앓고 계셨다. 병원에서도 가망이 없다고 하셨다 한다. 오래전부터 독수공방으로 사시며, 화병치레로 태우신 담배가 폐에 이상을 일으켰던 모양이다. 하지만 담배 태우시며, 함께 드시던 박하사탕이 입에 맞으셨던 탓에 아버지는 지극정성으로 할머니에게 박하사탕을 조달하셨다. 심지어 당신의 막걸리 값까지 희생하시면서.. 그러나 많은 양의 사탕이 할머니와 한방을 쓰는 내 입속으로 들어가..
웃음의 카타르시스 몇 안 되는 군상들 안에서도 내 감정을 돌출하는 나는, 아직도 인성이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 인간이다. 잘난 맛에 사는 군상들 쯤 허허 웃으며 지나가도 되는데 왜 그걸 못 견뎌하는지 참으로 못났다. 오늘 국방대학원의 강사가 두 번째 강의 시간에 웃으며 살자는 취지로 3명의 직원을 앞으로 나오라 하더니 다짜고짜 1분간 시원하게 웃으란다. 평상시에는 스스럼없이 잘 웃던 직원들인데 멍석을 깔아 놓으니, 몸만 배배 꼬고서는 당최 웃지를 아니한다. 하긴 이유도 없이 100여 명이나 되는 직원들 앞에서 하릴없이 웃어 대라는 건 조금은 너무했다. 강사는 멋쩍은 기운을 없애고자 즉석에서 금일봉을 만들어 3명에게 나눠주고는 부랴부랴 강의를 끝냈다. 별 내용없이 강의를 끝내는 강사가 더 웃긴 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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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정사진 아침부터 어머니께서 무척 서두르신다. 무슨 일이냐고 여쭤 보았더니, 성당에서 영정 사진을 찍는다고 서두르신다. 기분이 싸해진다. 아직 정정하시지만 연세가 계신지라 영정사진을 찍을 해당 나이가 된 모양이다. 이제 73세 이시니 아직은 최소 10년은 넘게 사실 것 같아 좋은데 어찌 내가 먼저 덜컥할 것 같은 이상한 생각이 든다. 이런 얘기를 아내에게 했다가는 뼈도 못추릴게다. 병원에 가 보길 해야 하긴 하는데 도무지 같이 간다고만 하고 영 갈 생각이 없는것 같다. 요즈음 몸은 점점 쳐져가는데 본인은 몸이 괜챦으니 별 의식을 안 하는 것 같다. 어쩌랴 그냥 이대로 지내며 괜찮기를 바라면서 지내 볼 밖에... 2008.07.24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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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석형을 그리며 나도 이제 나이가 들었나 보다. 요즈음 들어 부쩍 그 느낌을 자주 헤아리게 된다. 사람의 삶이라는 게 희로애락과, 탄생과 결혼, 그리고 죽음이라는 수레바퀴가 엇물려 돌아가는 게 순리인데, 어찌 부음만 들릴까! 소식이 뜸 하던이의 전화는, 받고자 하는 내 맘에 긴장을 준다. 전화소리가 생경해져 간다. 한 달 전 내 친형이나 진배없던 동석형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하던 나약한 내 모습이 투영돼 온다.18살에 처음 만나, 친구와 같은 형으로 내 인생의 많은 부분을 함께 하며, 수많은 부침의 동반자였던 형의 죽음은 , 진정 내게 참을 수 없는 슬픔을 주었다. 살 날이 많이 남은 나이의 억울함도 슬프고, 결혼을 안 하고 돌아가신 삶도 참으로 슬프다. 범부의 소소한 삶도, 그리고..
가을을 느끼며 사무실 창 밖에는 여러 그루의 느릅나무가 하늘거리고 있다. 이 곳에 근무한 지 만 4년째이지만 그 동안 느릅나무들의 잎이 피고 지는 것에 대하여는 무덤덤으로 초지일관하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 느릅나무에서 금세 미장원에서 머리손질을 하고 나온듯한 여인네들의 머리 모양이 하나씩 둘씩 보이기 시작하였다. 밑동 언저리에서부터 벌어지던 큰 나뭇가지가 두 가닥 벌어지고, 벌어진 두 가지로부터 연이어 두세 가지씩 펼쳐지며, 크고 작은 머리 모양이 보이는 모습들이 참으로 신기하고, 재미있는 형상들을 만들어 낸다. 모두 다 어여쁜 여자들의 모습이다. 하관이 길며 나팔꽃 같이 얄상한 얼굴 모습들이 대부분이지만, 간혹 통통한 귀여운 얼굴도 보인다. 그 들중 처음으로 내게 수줍게 얼굴을 내민 건, 짱구 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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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포동의 술집들 젊은 시절! 신포동 일대는 내 젊음의 시간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희로애락의 추억의 창고이다. 친구와 술과 대화와, 그리고 귓전을 간질이던 떠돌이 악사의 클라리넷 음률이 어우러지던 내 삶의 활력소의 장이다. 펄떡이며 살아 숨 쉬던 거리에서 유독 밤의 시간을 감싸 안아주던 주점들에서의 치기 어린 대화와 부침들이 내 인생과 엉켜 나를 성장시켰다. 신포동은 "금강제화"를 꼭짓점으로 약 90도 각을 포용하고 대각선 끝 언저리의 "외환은행"과 사각형 변을 어우르는 일대를 얘기한다."제일은행"을 중심으로 중구청 쪽 방면 까지를 흔히 신포동이라 하지만 그곳은 엄밀히 말하면, 행정구역상 중앙동이다. 여하간 경동과 중앙동 일부를 포함하고, 신포시장을 포함한 주변부 일대를 신포동이라 칭하면, 무리함이 없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