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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영정사진 아침부터 어머니께서 무척 서두르신다. 무슨 일이냐고 여쭤 보았더니, 성당에서 영정 사진을 찍는다고 서두르신다. 기분이 싸해진다. 아직 정정하시지만 연세가 계신지라 영정사진을 찍을 해당 나이가 된 모양이다. 이제 73세 이시니 아직은 최소 10년은 넘게 사실 것 같아 좋은데 어찌 내가 먼저 덜컥할 것 같은 이상한 생각이 든다. 이런 얘기를 아내에게 했다가는 뼈도 못추릴게다. 병원에 가 보길 해야 하긴 하는데 도무지 같이 간다고만 하고 영 갈 생각이 없는것 같다. 요즈음 몸은 점점 쳐져가는데 본인은 몸이 괜챦으니 별 의식을 안 하는 것 같다. 어쩌랴 그냥 이대로 지내며 괜찮기를 바라면서 지내 볼 밖에... 2008.07.24 20:42
동석형을 그리며 나도 이제 나이가 들었나 보다. 요즈음 들어 부쩍 그 느낌을 자주 헤아리게 된다. 사람의 삶이라는 게 희로애락과, 탄생과 결혼, 그리고 죽음이라는 수레바퀴가 엇물려 돌아가는 게 순리인데, 어찌 부음만 들릴까! 소식이 뜸 하던이의 전화는, 받고자 하는 내 맘에 긴장을 준다. 전화소리가 생경해져 간다. 한 달 전 내 친형이나 진배없던 동석형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하던 나약한 내 모습이 투영돼 온다.18살에 처음 만나, 친구와 같은 형으로 내 인생의 많은 부분을 함께 하며, 수많은 부침의 동반자였던 형의 죽음은 , 진정 내게 참을 수 없는 슬픔을 주었다. 살 날이 많이 남은 나이의 억울함도 슬프고, 결혼을 안 하고 돌아가신 삶도 참으로 슬프다. 범부의 소소한 삶도, 그리고..
가을을 느끼며 사무실 창 밖에는 여러 그루의 느릅나무가 하늘거리고 있다. 이 곳에 근무한 지 만 4년째이지만 그 동안 느릅나무들의 잎이 피고 지는 것에 대하여는 무덤덤으로 초지일관하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 느릅나무에서 금세 미장원에서 머리손질을 하고 나온듯한 여인네들의 머리 모양이 하나씩 둘씩 보이기 시작하였다. 밑동 언저리에서부터 벌어지던 큰 나뭇가지가 두 가닥 벌어지고, 벌어진 두 가지로부터 연이어 두세 가지씩 펼쳐지며, 크고 작은 머리 모양이 보이는 모습들이 참으로 신기하고, 재미있는 형상들을 만들어 낸다. 모두 다 어여쁜 여자들의 모습이다. 하관이 길며 나팔꽃 같이 얄상한 얼굴 모습들이 대부분이지만, 간혹 통통한 귀여운 얼굴도 보인다. 그 들중 처음으로 내게 수줍게 얼굴을 내민 건, 짱구 엄..
신포동의 술집들 젊은 시절! 신포동 일대는 내 젊음의 시간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희로애락의 추억의 창고이다. 친구와 술과 대화와, 그리고 귓전을 간질이던 떠돌이 악사의 클라리넷 음률이 어우러지던 내 삶의 활력소의 장이다. 펄떡이며 살아 숨 쉬던 거리에서 유독 밤의 시간을 감싸 안아주던 주점들에서의 치기 어린 대화와 부침들이 내 인생과 엉켜 나를 성장시켰다. 신포동은 "금강제화"를 꼭짓점으로 약 90도 각을 포용하고 대각선 끝 언저리의 "외환은행"과 사각형 변을 어우르는 일대를 얘기한다."제일은행"을 중심으로 중구청 쪽 방면 까지를 흔히 신포동이라 하지만 그곳은 엄밀히 말하면, 행정구역상 중앙동이다. 여하간 경동과 중앙동 일부를 포함하고, 신포시장을 포함한 주변부 일대를 신포동이라 칭하면, 무리함이 없을 것..
역 공 ( 逆 攻 ) 역공은 스포츠 경기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선수들의 몸과 몸들이 거칠게 부딪히는 축구에서는 역공 장면이 매우 강렬하게 눈에 띄게 된다. 물밀듯 파상공격으로 한 편의 진(陣)을 완전히 유린하는 듯하다, 어느 한순간 역으로 전세가 뒤집어지는 경기를 보는 관중들은 그 반전의 장면을 매우 즐긴다. 밋밋하고 단조로운 일방적 공격으로 승부가 결정나버리는 경기보다는 역공으로 한 순간 판세를 뒤집는 경기에 더 짜릿한 묘미를 느껴서 인가보다. 역 (逆) 이란 거꾸로라는 뜻이다. 사전적 의미의 품사는 명사로 (차례나 방향 따위가) 거꾸로임을 뜻한다. 우리의 인생에도 역공(逆攻)이라는 것을 맞을 때가 있다. 요는 운동경기에서처럼 화끈하고 멋진 게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평범한 일상을 살던 사람이..
어머니와 아따맘마 요즘 어머니 덕분에 집안이 매우 분주하다. 우리 어머니는 연세가 칠순이 넘으셨지만, 아직 관절을 제외하고는 정정하 시 다왕 성한 식욕과 잽싼 손놀림의 살림살이에, 매일 발그레 처녀처럼 취해 들어오시는 건강미까지... 그런데 조금 문제가 있는 것이 아따맘마(이하 아따)와 서로 살림 방식이 안 맞는 데 있다. 어머니는 아직도 예전 시골에서 살림하시던 그 습성이 그대로 남아 계시다. 그 습성이라는 게 지금 이런 얘기를 하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아무도 믿지 않겠지만 우리 집에서는 다반사로 이루어지고 있고, 나는 거의 모든 부분을 모른 채 그냥 넘어가고 있다. "아따"는 많은 부분을 알고 있지만 그냥 마음속으로 새기고 있는 듯 보인다. 그 부분중 가장 이해하기 힘든 것 중 하나가 어머니의 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