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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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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따르 행진곡 굳이 바닷가로 나가지 않고서도 모텔 방 안에서 편안하게 일출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기분 좋은 일이었다. 스마트 폰 알람 소리에 잠이 깬 이진수는 샤워를 하러 욕실로 들어가기 전에 소형 냉장고에서 물병 하나를 꺼내 커피포트에 가득 붇고 스위치를 올려 두었다. 연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긴 하짓날 새벽 다섯 시, 울산 앞바다의 일출은 한국에서 제일 빠른 편이지만, 창밖으로 펼쳐져있는 어두운 바다는 아직 낮 가리는 검은고양이처럼 숨죽이고 가만히 웅크려 있었다. 이진수는 테이블 위에 반듯하게 정돈되어 있는 커피믹스 두 봉지를 한꺼번에 큼직한 머그컵에 털어 넣고서 뜨거워진 물을 듬뿍 따랐다. 실내의 전등을 모두 내리고, 옷장에 비치되어 있던 흰색 면 타월 가운을 걸치고서 해변으로 향한 베란다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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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지나간다. 매해 그렇게 도도하고 느슨하게 지나는 듯 보여도 각자의 삶에는 희로애락의 굴곡들이 녹아 가슴속에 켜켜이 쌓여있다. 어머니의 선종으로 한동안 가슴이 저리고 그 아픔은 쉬이 물러나지 않을 것 같다. 근 8년여를 요양병원에 누워 계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순간순간 떠 오르며 마음을 저미게 하는데 그저 하늘에서 편히 쉬시기를 기도하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이 더 아프다.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다 보니 친구들도 하나 둘 세상을 등지고 있다. 올해만 해도 정석이와, 석원 형님을 보냈는데, 사고로 반신불수와 치매로 병원에 계시는 기수 형님의 부재마저 내 삶의 한 구석을 무너뜨리고 있어 상념이 더하다. 광진이의 치료가 점점 단계를 더해 가며 미화 씨와 친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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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쓰지 않는 타이프로 친 가을 의 시 고등학교 3학년때의 글이다. 이글은 국민학교 동창이었던 최 영민이 성동여실 다니다 취업실습 나가서 보내준 걸로 기억된다. 집안끼리 잘 알던 처지라 그냥 저냥 지내던 사이여서 이 글을 받고는 왜 그리 황당했었는지 모르겠다. 그냥 친구였는데...지금와 되돌아 생각해 보니 영민이는 그냥 맘 편하게 준 것을 내가 공연히 오해 한것 같다 학창시절 노래 가사와 악보를 베껴놓은 노트속에 끼워져 있어서 발견하게 되었다.연애편지들은 어머니가 내 결혼식과 동시에 다 태워 버렸는데 이건 연애편지도 아닌데 노트속에 끼워져 있어 살아 남아 추억으로 반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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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속의 2021년!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저물어야 할 때 저무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탐색한다고나 할까. 한 해를 되돌아보고 새해 계획을 설계하는 등 끝마무리에 마음 설레고 새로운 꿈에 가슴이 부풀기도 한다. 세월이 흘러가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같건만 유독 한 해가 다 갈 때 즈음에 더 빨리 가는 느낌이다. 이 때문에 한층 삶의 아쉬움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연말에는 지금의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젊은 날 도화동에서 만나 지금껏 교우하고 있는 친구와 선배를 만나 송년의 아쉬움을 달래고 돌아오는 길, 단체 카톡방을 챙겨보니 광진이가 한 해의 마무리를 짓는 슬라이드를 만들라고 은근한 협박을 한다. "아니 왜? 매년 만들었으면 모를까 하필 코로나로 인해 뜨악했던 올해를 기억하자고?.."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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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의 외출 오늘은 월요일! 불과 백수 8개월에 요일에 대한 개념이 흐릿해진다. 그래도 간간 친구와 후배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 주니 그로서 족하다., 오늘은 명호와 함께 차돌 짬뽕과 크림새우를 먹을 요량으로 중구청 아래 조그만 중국집엘 들렀는데, 홀에 들어서니 음식을 기다리는 객들이 젓가락만 들고 입맛만 다시고 있는 데다 밖에는 대기줄에 서넛의 처자들이 담소하고 있다 예가 차이나타운인데 기다리며 밥 먹기는 그렇고 더 유명한 큼직한 집에 가서 향토 짜장과 하양 짬뽕으로 늦은 점심을 먹고 났는데도 해가 중천이다. 해안 천주교회 옆을 지나며 삼십 초반 밴댕이구이에 막걸리 마시던 목로주점 얘기를 하는 명호에게서 옛 추억이 휘돈다. 근자에 이사 간 집의 정리가 얼추 끝나 그동안 알게 모르게 신경을 쓰던 게 풀어..
스파게티와 토스트 '형님! 아점 하시지요.' 방에서 뒹굴거리며 음악을 듣고 있는데 후배의 전화를 받았다. 오늘은 광복절.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78년 만에 봉환되어 대전현충원에 안장된다고 한다. 장군님의 귀환에 후손으로서 감사와 흠모를 담아 우러른다. '형님은 디자인을 어찌 생각하세요?' 일전에 스마트폰 책자를[한 권으로 끝내는 스마트폰 사진 강의채 수창] 발간하고 올해가 가기 전에 사진 디자인에 대한 책을 내려고 하는데 디자인의 정의에 대한 게재 여부의 판단에 오류가 생겨서 진도가 안 나가고 있단다. '오호라' 실마리를 찾으려 잠시 머리를 식히자고 불렀구나.. ' ' 응! 뭐 디자인이야 본디 것보다 이쁘게, 관심받을 수 있게 하는 것 아닌가? 답을 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살 한살 나이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