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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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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호박 한 상자 '형님! 지금 집에 계시면 제 사무실로 와 주세요' 얼마 전 집 근처로 사무실을 옮긴 인학씨가 아침 일찍 연락을 해왔다. 주섬주섬 사무실로 찾아갔더니, 애호박 한 상자와 오이 몇 개를 싸주었다. 어제 화천에 출장을 다녀오며 애호박을 꽤 많이 구해왔다고 기분 좋게 한 상자 내어준 것이다. 일전에 개업식에도 홍삼을 챙겨 주었는데 후배가 집 근처로 사무실을 옮겨 온 덕분에 이런저런 먹을거리 챙겨 주어 고맙기는 하지만 이게 다 신세인지라 무엇으로 갚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 이거 인학씨가 선물이라며 주더라, 아주 윤기가 자르르하고, 잔털들이 뽀송한 게 정말 싱싱하네' 현관에 들어서며 아내에게 가져온 호박을 보여주었더니, 왈! '올해 화천애호박 생산량이 많고 코로나 때문에 소비 감소가 이어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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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의 어느 날 '인천으로 내려 가마! 전에 얘기하던 닭알탕 먹으러 가자!' '늘 정겨운 두열이의 목소리.. 일 년은 훌쩍 넘긴 옛 단골의 방문에 환히 웃으며 맞이하는 풍차 주점 아줌마의 미소가 싱그럽다. 진갈색의 맑은 양파 장아찌와 빨간 열무김치의 때깔에 입맛을 다시는데, 낙지 알탕을 상에 내려놓으며, '많이 넣었어요!라는 얘기에 회가 동한다. 바짝 힘을 준 낙지의 오그린 자태가 풍성하고 바글거리는 발간 국물 위에 동동 뜬 노랑 알들이 먹음직스럽다. '목에 염증이 생겼나 봐' '그런데 술 마시자는거야?' '모처럼 시간이 나서 오늘 아니면 시간이 걸릴 것 같아서 그냥 왔어' '조금만 마셔' 부딪는 술잔에 우정이 따르르 흐른다. 낮술에 불콰하여 바람 쐬러 월미도로 발길을 돌리고.. '부천 하고 공기가 다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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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를 만났다 아직 사회적 거리두기가 기본이 되어 있는, 그런 날들의 연속 중에 후배를 만났다. 양성 확진자가 제로가 되었다는 기분 좋은 소식에 인간적인 관계의 접점에 배려라는 단어를 하나 끼워 두며 생각을 해 보면 서로 간의 책임이 수반되는 만남을 굳이 마다할 수는 없으리라.. 한 달에 몇 번씩 만나던 친구였는데 큰 아이의 혼인식에서 얼굴을 보고 세 달이 지난 지금 만나 회포를 풀자니 서로의 심정이 애틋할 수밖에 없다. 나누는 술잔의 의미마저 각별하다. 게다가 동고동락하던 직장에서 펼쳐지는 모지란 상사와의 대립된 상황을 듣자 하니 울컥하는 마음에 욕지기가 우러나온다. 능력 없고 편향적인 사람이 조직 속에 묻혀 갑질을 하는 세태가 안타까울 뿐이다. 취기가 오르는 중에도 선후배의 입장을 세심하게 챙기는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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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있던 추억을 되찾다 집안 정리를 하다 창고로 쓰는 보일러실 안쪽에 잠자고 있던 추억을 발견하였다. 40년은 족히 된 편지와 엽서들인데 상당 부분이 70년 후반의 편지들로 새삼스레 당시 친구들의 면면을 알 수 있게 되는 재미있는 읽을거리들이 되었다. 육군 수송 학교 하사관 후보생 익현이의 편지 한편에는 두열, 기배, 용옥, 완규, 성호, 석 그리고 현관, 무수한 얼굴들 모두 그리운 얼굴들이구나.. 이렇게 친구들 이름을 거명하였다. 당사자인 익현이와 기배는 멀리 미국에 있고 안희녀석은 이미 세상을 떠났으니 당시에야 40여 년이 흐른 지금 이런 상황을 짐작이나 했을까! 그저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겠다는 사실만 챙길 수 있었을 텐데. 해군교육단 해군훈련소 하후 생 종화 형 강진우체국 사서함..
공항에서 친구를 만나다 하루 출입국 인원 평균 16만여 명! 심사 구역만 8곳에 동서 간 길이가 1km가량 이어지고, 시간당 입국 인원이 평균 5-6천여 명에 구역별 심사 통로가 근 이십여 개나 되면서 수시로 개인별 이동 근무가 하루 서 너 번씩 이루어지는 이곳 인천 국제공항 심사대에서 의도적이거나 우연이 아니고서는 아는 사람과 부딪는다는 것은 로또 맞는 것만큼 힘든 일일 진대. 그런 어려운 상황이 신기하게도 얼마 전에 내 눈앞에서 벌어졌다.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친한 형님의 따님 혼인식에 참석을 한 뒤 친구까지 만나 회포를 풀고 느지막이 귀가를 하여 피곤한 상태로 출근하여 근무를 하고 있었는데. 점심을 먹고 나니 식곤증에 피곤함이 겹쳐져 눈꺼풀이 천근만근이라 임시변통으로 차가운 물로 눈두 덩이를 문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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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이 이야기 어렵사리 말레이시아의 국가대표 펜싱 감독으로 부임하고 띄엄띄엄 소식을 전하던 후배가 새로운 카톡 친구로 생성이 되어 깜박이고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그의 방에 들어가려는데 " 완전 현지화"라는 대문 글귀가 훅 다가온다. 현지화라.. 그것도 완전 현지화라는 두 단어가 현재 처한 상황을 생생하게 전하고자 하는 후배의 마음이 진솔하니 다가오길래 그리움을 담은 덕담을 보내며 종종 소식 전하라 했더니 대번에 사진을 몇 장 보내왔는데.. 사진 속에는 그간의 노고와 성과와 더불어 " 완전 현지화"라는 말이 너무 잘 어울리며 행복해하는 후배의 일상이 그대로 녹아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진을 보면서 사람은 역시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빛이 나며 행복해 보이고 멋진 느낌이 들길래 두서없이 전했더니 말하기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