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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이번 추석 어제는 추석이었다. 혹자는 5일을 쉬느니, 3일밖에 안 쉬어서 불편하다느니 말들을 하지만, 결국은 예년의 추석과 마찬가지로 경기의 흐름과는 상관없이 고향을 찾아가는 귀성객들의 차량으로 고속도로는 빼곡하고 텔레비전에서는 특집 방송으로 요란하다. 오늘은 돌아오는 차량들의 행렬로 또다시 고속도로가 몸살을 앓을 것이 뻔하지만 그것은 나와는 상관없는 불편함이다. 명절이면 저 귀성객의 틈새에 끼어 정체의 짜증스러움도 맛보고 그 짜증 속에 녹아있는 고향을 찾는 맛을 느껴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해 본다. 하지만 나의 고향은 화성 성곽에 둘러싸인 도심 한가운데의 공원으로 조성되어 고향의 흔적 찾기는 묘연하고, 아내와 나는 둘 다 맏이요 차로 10분 거리가 처갓집이면서 성묫길 역시 3시간이면 양가 모두..
5월의 소회(所懷) 오늘은 24절기 중 일곱 번째인 ⽴夏다 곡우와 소만 사이에 있는 입하는 여름이 시작되는 시기로 곡우 때 마련한 묘판의 모도 잘 자라고 있어 농사일은 더 바쁘고 파릇한 신록이 온 누리를 뒤덮는다. 절기는 변함없이 매년 돌아오는데, 올해는 지난겨울 혹독한 추위로 인해 다소 늦게 찾아온 완연한 봄을 이제 막 느끼기 시작한다. 창가에는 때마침 푸른 창공을 유유히 날아가는 백로 한 마리가 이 봄에 여유로움을 선물한다. 영종에는 매의 일종인 말똥가리의 우아한 날개짓에 찬사를 보내기도 하고, 아름다운 철새 후투티가 바닷가에서 귀엽게 노니는 모습과 두루미와 천연기념물 보호조인 노랑부리백로가 논두렁에서 유유자적 먹이를 찾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산비둘기의 화려함과 해오라기들의 종종거림도 함께 볼..
아내와 아들 밥상머리에서 잠시 언성이 높아지다 작은 녀석이 아내에게 "엄마 그러지 마세요"라며 벌떡 일어나 제 방으로 간다. 잠시 적막이 흐르고.. 큰 애가 작은 애를 위로하며 등을 두드리는 모양새다. 이윽고 마음이 진정되었는지 안방으로 돌아와 죄송하다면서 다시 밥을 먹기 시작하는 녀석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자니 애잔한 마음이 든다. 아내는 작은애가 거의 집에서 놀고 있으니 소소한 심부름쯤은 당연히 해야 한다는 논리지만 사실 작은 애 입장에서는 야간근무를 하고 돌아와 쉬어야 하는 입장이니 형에게도 다소나마 심부름을 시켜야 되는 것 아니냐고 힐문하다가 금세 마음이 바뀌어 심부름쯤이라면 얼마든지 하겠지만, 자신을 백수 취급하며 엄마 친구들에게 은근히 공익이라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는 게 기분 나쁘다며 항변한..
아내와 나 아내는 성격이 매우 활달하다. 웃음소리도 경쾌하여 곧잘 시원한 웃음소리가 담을 넘는다. 대인관계가 원만하여 사람들을 아주 쉽게 사귀면서 대저 한 번 연을 맺은 사람이면 누구라도 아내를 찾아 자신의 집안 얘기며 신상의 소소한 문제를 상의하여 주기를 바라는지라 늘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더불어 사는 게 세상 이치인데 아내와 같은 이는 살아가는 게 매우 수월할 것이다. 자신의 속마음을 먼저 내주고 얘기를 시작하니 어지간한 사람이면 모두 가슴을 열고 대화에 동참할 밖에 없을 테고 자연히 진중한 속마음까지 털어 내 보이는 게 당연할 테니.. 나는 매우 소심하고 꼼꼼한 편이며 어지간히 우스운 일이 아니면 그저 빙그레 웃고 마는지라 간혹 아내에게 핀잔 아닌 핀잔을 듣고 있다 한 번 친구를 사귀기도 힘들..
나이 들어 어떻게 살아갈까 우연히 보게 된 아침 방송 마지막 부분에서 김 한길 전 문화부 장관 말이 가슴을 헤집는다. 비 오던 날! 운전을 하던 중에 옆에 타고 가던 둘째 아들이 "아빠 100살까지 오래오래 사세요" 하길래" 아빠는 그만큼 살 수는 있지만 그러고 싶지 않다" 고 답변을 하자 왜냐고 되물어 "네가 아빠를 부양해야 하는 게 힘들어서 안 된다" 고 하자 아주 단순 명료하게 " 우린 가족이잖아요" 하더란다. 아주 단순하지만 모든 뜻을 전해주는 한 마디의 말에서 뼈 있는 깨달음을 얻었다. 가족이라는 말에서 요즈음 권력을 이용하여 비뚤어진 공직자의 자세를 보여준 외교부 장관의 행태와 외교부 관리들의 염치 모르는 행동거지가 떠오른다. 자식이기 때문에 눈이 멀어 부끄러운 짓들을 서슴없이 자행한 저들의 ..
2010 F-1 코리아 그랑프리에 다녀와서 "쓔 - 아 ---앙..... 츳 츳 츳 츠.........." 아시아에서 제일 길다고 하는 직선주로를 달리는 머신들이 내는 기계음들이다. 비로 인해 촉촉이 젖은 서킷을 엄청난 굉음을 내며 질주하는 머신들의 화려한 자태 뒤쪽으로는 뽀얀 물안개가 쉼 없이 펼쳐지고, 한 치의 양보 없이 저마다의 기술로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드라이버들의 열정을 때론 숨죽이며 때론 환호하며 고스란히 느낀 하루였다. 자동차를 유난히 좋아하는 큰 아들 녀석 덕분에 한국에서 처음 개최하는 "2010 F-1 코리아 그랑프리에 "결승전을 참관하러 영암 엘 다녀왔다. 이른 새벽 영암을 향해 달려가는 서해안 고속도로에는 평상시 보기 힘든 람보르기니 디아블로, 페라리, 아우디 쿠페 등 고급 명차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