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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아내와 아들 밥상머리에서 잠시 언성이 높아지다 작은 녀석이 아내에게 "엄마 그러지 마세요"라며 벌떡 일어나 제 방으로 간다. 잠시 적막이 흐르고.. 큰 애가 작은 애를 위로하며 등을 두드리는 모양새다. 이윽고 마음이 진정되었는지 안방으로 돌아와 죄송하다면서 다시 밥을 먹기 시작하는 녀석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자니 애잔한 마음이 든다. 아내는 작은애가 거의 집에서 놀고 있으니 소소한 심부름쯤은 당연히 해야 한다는 논리지만 사실 작은 애 입장에서는 야간근무를 하고 돌아와 쉬어야 하는 입장이니 형에게도 다소나마 심부름을 시켜야 되는 것 아니냐고 힐문하다가 금세 마음이 바뀌어 심부름쯤이라면 얼마든지 하겠지만, 자신을 백수 취급하며 엄마 친구들에게 은근히 공익이라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는 게 기분 나쁘다며 항변한..
아내와 나 아내는 성격이 매우 활달하다. 웃음소리도 경쾌하여 곧잘 시원한 웃음소리가 담을 넘는다. 대인관계가 원만하여 사람들을 아주 쉽게 사귀면서 대저 한 번 연을 맺은 사람이면 누구라도 아내를 찾아 자신의 집안 얘기며 신상의 소소한 문제를 상의하여 주기를 바라는지라 늘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더불어 사는 게 세상 이치인데 아내와 같은 이는 살아가는 게 매우 수월할 것이다. 자신의 속마음을 먼저 내주고 얘기를 시작하니 어지간한 사람이면 모두 가슴을 열고 대화에 동참할 밖에 없을 테고 자연히 진중한 속마음까지 털어 내 보이는 게 당연할 테니.. 나는 매우 소심하고 꼼꼼한 편이며 어지간히 우스운 일이 아니면 그저 빙그레 웃고 마는지라 간혹 아내에게 핀잔 아닌 핀잔을 듣고 있다 한 번 친구를 사귀기도 힘들..
나이 들어 어떻게 살아갈까 우연히 보게 된 아침 방송 마지막 부분에서 김 한길 전 문화부 장관 말이 가슴을 헤집는다. 비 오던 날! 운전을 하던 중에 옆에 타고 가던 둘째 아들이 "아빠 100살까지 오래오래 사세요" 하길래" 아빠는 그만큼 살 수는 있지만 그러고 싶지 않다" 고 답변을 하자 왜냐고 되물어 "네가 아빠를 부양해야 하는 게 힘들어서 안 된다" 고 하자 아주 단순 명료하게 " 우린 가족이잖아요" 하더란다. 아주 단순하지만 모든 뜻을 전해주는 한 마디의 말에서 뼈 있는 깨달음을 얻었다. 가족이라는 말에서 요즈음 권력을 이용하여 비뚤어진 공직자의 자세를 보여준 외교부 장관의 행태와 외교부 관리들의 염치 모르는 행동거지가 떠오른다. 자식이기 때문에 눈이 멀어 부끄러운 짓들을 서슴없이 자행한 저들의 ..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name=https://blog.kakaocdn.net/dn/bIJq24/btrSHWraybo/zPUg02bXgThGx0OyKpETq1/img.jpg)
2010 F-1 코리아 그랑프리에 다녀와서 "쓔 - 아 ---앙..... 츳 츳 츳 츠.........." 아시아에서 제일 길다고 하는 직선주로를 달리는 머신들이 내는 기계음들이다. 비로 인해 촉촉이 젖은 서킷을 엄청난 굉음을 내며 질주하는 머신들의 화려한 자태 뒤쪽으로는 뽀얀 물안개가 쉼 없이 펼쳐지고, 한 치의 양보 없이 저마다의 기술로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드라이버들의 열정을 때론 숨죽이며 때론 환호하며 고스란히 느낀 하루였다. 자동차를 유난히 좋아하는 큰 아들 녀석 덕분에 한국에서 처음 개최하는 "2010 F-1 코리아 그랑프리에 "결승전을 참관하러 영암 엘 다녀왔다. 이른 새벽 영암을 향해 달려가는 서해안 고속도로에는 평상시 보기 힘든 람보르기니 디아블로, 페라리, 아우디 쿠페 등 고급 명차들의..
깜빡 부부 어제 오후의 일이다. 무엇을 하리라 생각해 놓고는 아내 질문에 대답을 한 순간 까맣게 잃어버리고 말았다. 마치 흐르는 냇가에 물 한 방울 떨어져 흔적 없이 사라지듯 하루가 지났어도 무엇을 하려 했는지 아주 생각이 안 나는 게 더 걱정스럽다. 어릴 적 일들은 며칠 전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나는 것도 있는데, 요즈음 들어서는 출근을 해야 하는 날인가 아니면 쉬는 날인가조차 헷갈릴 때가 있으니 이게 치매의 시작인가 하는 몹쓸 기우가 덜컥 마음속을 헤집는다. 이런 증상이 나만 아니라 아내 역시 비슷하여 한 번 외출이라도 할라치면 두고 나온 물건들을 챙기러 대문을 두어 번은 드나들어야 비로소 일 보기를 시작할 정도이고 집안에서도 휴대전화는 늘 내가 찾아 주어야 하는 형편이다.. 우리 부부는 소싯적에 사내..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name=https://blog.kakaocdn.net/dn/buQCgT/btrVe32v4TB/qKfnpj3O0ktsauBlFbOCx0/img.jpg)
경민이 훈련소로 가다 아주 어릴 줄만 알았던 작은 애가 내일이면 군대엘 간다. 큰 애는 골목 친구인 영록이와 가까운 경기도로 동반 입소를 하여 훈련도 함께 받고 포천으로 자대 배치 후에는 같은 내무반에서 서로 의지 삼아 동고동락하며 제대를 하여 부모 된 마음에 한결 편하였더니, 이 아이 역시 동창생과 함께 훈련을 받으러 간다 하여 조금은 다행이라, 이는 모두의 심중과 같다. 애당초 현역으로 입대를 할 줄 알고 사관학교엘 가라던지, 해병대나 카투사엘 지원하라던지 하였는데, 어느 날 느닷없이 징병검사를 받고 와서는 " 아빠 ~ 나 공익이래.." 하며 멍게 같은 얼굴에 띈 의기양양한 미소를 보고, 마음속으로 " 아이쿠 " 하는 단발마적 비명을 지른 아비의 심정을 알기나 하려나.. 어릴 때부터 시력이 좋질 않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