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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아내의 생일 어제는 아내의 생일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음력과 양력이 겹치며, 큰 애와 한 날 생일상을 받게 되었지요! 하지만 두 사람 다 미역국은 못 먹었습니다. 나도 작은애도 미역국을 끓일지 모르거든요. 안타깝고 미안한 일이지요. 이럴 때면 딸내미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가족끼리 오롯하게 외식을 하기는 했어도 미안한 마음이 가시지는 않더군요. 보름달이 환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어제가 보름날이라서 그런지. 오늘까지 이지러지지 않고 예쁜 동그란 모습을 보여 주고 있네요 저렇게 휘영청 커다란 대 보름달이 뜨던 날 태어난 덕분에 아내의 성품이 모나지 않고 부드러운가 봅니다. 달을 보며 문득 함께 살아온 삼십여 년의 시간을 되새겨 보았습니다. 어찌 그리 금세 지나갔는지! 이러구러 굴곡진 삶을 살아오..
일상적 사랑 아내의 뺨을 어루만질 때 그 보드라운 살의 느낌이 손끝에 묻어난다. 촉촉하고 말랑한 젤리 같은 입술의 감촉마저도.. "여보! 등 좀 긁어 줄래!" 아내의 등이 따듯하다. 여린 살 아플세라 손톱을 감아 쥐 듯 부드럽게 긁는다. 이내 연붉은 고랑이 가로 세로로 이어질 때, "그래 거기 거기! 아이 시원해..!" 아내의 고로롱거리는 고양이 소리를 듣는 순간 짜릿한 행복감이 등줄기를 타고 흐른다. 내 손이 가장 아름답게 쓰이는 순간이다. 아내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찰나이기도 하고.. 이때만큼은 아내가 좋아하는 구수한 칼국수도, 한 여름의 시원한 바람도 뜨거운 숨결도 다 소용없다. 오로지 등 긁는 부드러운 손길만이 아내를 가장 흐뭇하게 만족을 시키는 순간이다. 간혹 집에서 목물을 해 줄 때 만족스..
어머니와 아비와 그의 아들 사위가 조용하다. 모처럼 호젓한 시간을 갖게 되어 책상에 앉아 집으로 배달된 월간지를 들쳐보는데, 재미있는 글 하나가 눈에 띈다. 시골에서 부모님 댁 근처엘 사는 모 작가가 어느 날 어머니가 저녁을 함께 먹자며 집으로 불러 가보았더니 밥상에 놓인 풋고추가 못생기고 작더란다. 예쁘고 반질반질한 고추는 아들네 따 먹으라 남겨 두고 당신은 평소에 작고 못 생긴 고추를 따 드시는 것을 보며 부모님의 애틋한 사랑을 읽었다는 자그만 얘기였는데 이 얘기를 읽다 보니 며칠 전 큰 애와의 일이 불현듯 생각이 난다. 아내는 성한 이가 별로 없어 그동안 딱딱한 음식을 제대로 씹지 못하여 큰맘 먹고 임플란트를 하기 위해 서울에서도 나름대로 유명하다는 병원엘 들렀다가 예상했던 치료 금액보다 몇 배나 ..
메리 추석 오후 한 시부터 강의가 있다고 늘어 터지게 잠을 자고 등교하려던 작은애! 막 등교하려 는데 제 형의 전화를 받고 "왜" 소리를 남발하며 자지러진다.. 추석 연휴 전날이라 사장이 일찍 퇴근시켜 주는 바람에 형의 회사와 학교가 가까워 종종 출퇴근 때 시간 맞춰 등하교를 하던 작은애가 오늘은 자기 수업도 일찍 끝나고 형도 명절 때라 일찍 끝날 것으로 판단하고 퇴근 시간에 맞춰 함께 집으로 오리라 생각해 두었던 꿍심이 어긋나 버린 것이리라.. 제 형의 차를 타고 오면 삼십 분밖에 안 걸리는 거리를 전철과 버스를 바뀌 타고 오면 한 시간이 족히 넘어 버리니 녀석의 심중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 슬며시 미소 짓고 구시렁거리며 등교하는 녀석을 배웅해 주었다. 한참 뒤 온몸이 나른하여 잠시 눈을 붙이려는데 ..
진주혼을 맞이하는 斷想 "딩동"~ 아내의 휴대폰에 뜬 메시지 하나가 동그마니 나를 쳐다본다. 슬그머니 열어 보니, 아내의 선배 부부가 제주 여행길에 계속 아내에게 소식을 중계하는 모양이다. 환하게 웃는 두 분의 모습에서 행복이 담뿍 담겨 보여 빙그레 미소를 짓는데, 화면의 조금 위 쪽에 부러움이 섞인 아내의 답글과 고개를 숙이고 땅바닥을 벅벅 긁고 있는 우울한 이모티콘을 보는 순간 전화기의 화면이 흐릿해졌다. "여보! 우리 알탕 언제 먹으러 갈 거야?"... 며칠 전 중얼대던 대화중에 흘낏 쳐다보며 물어보는 아내의 눈초리에 은근한 가시가 배어 있다. 그날만이 아니라 진즉부터 알탕 타령을 하는 아내의 말을 건성으로 들었던 무심함이라니. 이제는 미안한 감정을 지나 죄스러움까지 느껴진다. 석바위 살던 시절부터..
진짜? 웬일이니~ 정말이야? 헐~ 며칠 전 아들내미가 "아빠! 나 오늘 신도림에서 영숙이 만났어."라며 싱글거린다. 녀석의 얼굴에는 "아빠가 설마 알겠어?"라는 의뭉스러움이 그득하다. "신도림엔 네가 왜? 영숙인 또 누군데? 여자 친구 바꿨어? "이히히! 아빠 신도림 영숙이 몰라요?" "아, 이 녀석아 영숙일 아빠가 어떻게 알아~ 옛날 답십리 살던 영숙이라면 몰라도.." "우하하하.." 요즘 "유 투브와 페이스 북에 "신도림 영숙이"라는 동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여성과 대화하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동영상 강연인데, 원래 이 강연은 "사랑에 관한 3가지 관점"이라는 주제로 김 지윤이라는 강사가 어느 교회에서 강연한 내용 중 일부를 편집한 동영상으로, 진짜? 웬일이니~정말이야? 헐~~ 이면 여자들과 대화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