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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가족이야기 (154)
형과니의 삶
큰아들 석민이 큰 아들 이름은 석민이다 다들 자기 새끼는 잘났다고 하는데 나도 그렇다. 자식 자랑은 팔불출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잘 생긴 놈이다. 키가 좀 작은 게 흠이긴 하지만 , 그래도 그 힘들다는 육군 8사단의 고된 훈련과 복무를 다 마치고 제대한 대한민국의 늠름한 아들이다. 한국산업기술대학교에 특차 입학 후 군엘 다녀왔으니 이제 복학해야 할 일만 남았다. 요즘 아주 신났다. 질펀하게 오후까지 잠자고 새벽까지 컴 게임하고.. 군 입대 후 생전 처음 아들에게 편지를 다 써 봤다. 그때도 컴 게임 가지고 뭐라 했는데 지금도 그 타령이다. 군대 2년은 너무 짧다. 머리 커지려면 3년이 딱 적당한데.. 이런 얘기가 밖으로 나가면 나만 돌 맞는다. 게다가 요즘 군대생활은 군대생활이 아니라 당나라 군대도 지금..
장지문위의 흑백사진들 옛날!옛날! 마루에서 안방에 들어가기 전 장지문 위에 걸려 있는 사진틀이 생각납니다. 국민학교 졸업식 사진! 내가 태어난 수원 우만동 동문밖에서의 어린 모습과 할머니, 아버지! 답십리 골목에서 동네 여자동생 순복이와 다정하게 손잡고 찍은 사진! 국민학교 동창인 상구와 민규... 요술 사진으로 홍콩 갔다 온 미숙이와 현주... 이동사진관의 추억이라는 제목으로 히스토리채널에 응모하여 가작으로 당선된 현주와 남석이네와의 전쟁 배경 사진... 제기동에서의 세발자전거 탄 나... 마치 이북사람들이 놀러 가는 듯한 부모님과 막내 현권이의 버스 안 사진... 인수 아저씨 무릎에서의 제기동에서의 나!!! 고모 결혼식에서의 창용이와 일식이... 외할아버지 회갑잔치에 눈 찡그리고 서있는 외손주! 모두..
장모님의 새 전화기 어제 장모님께서 스마트폰이 충전이 안된다고 아내에게 연락을 하였다. 아내는 이미 마감일을 넘겨 마무리를 해야 하던 일이 있는 관계로 마음이 다급한지라 장모님에게 성의 없는 답변을 하고 있기에 내가 봐 드릴 테니 집으로 오시라 하였는데 막상 장모님의 전화기를 보니 오래 쓰기도 하였고 상태도 매우 안 좋아 새로이 구입하기로 하였다. 장모님께서 집에 오시면 아내는 이것저것 챙겨드리고자 냉장고 문을 제법 여닫는데, 마침 지난번 캐어 온 고구마가 있어 이번에는 나 스스로 선뜻 봉투를 펼쳐 맛난 것으로 골라 담으라 말씀을 드리니 고구마를 좋아하시는 장모님의 얼굴에 슬며시 미소가 스민다. 한데 정작 무녀리들만 골라 담기에 큼지막한 놈과 잘 생긴 놈으로 챙겨 드리자 잘생긴 놈들은 경민이 먹이라 투정..
아내의 스카프 '여보! 이거 당신 옛날 입었던 원피스 스카프 아니야?' 빨래걸이에 아내가 신혼여행 때 입었던 원피스의 스카프가 걸려있다. 수십 년이 흘렀지만 신혼여행 중에 입었던 분홍색 원피스와 아내에 대한 기억이 오롯하다. '응 그 스카프 맞아. 원피스는 못 찾겠어, 아마도 잃어버린 거 같아. 가지고 있어야 했는데.." 아쉬움이 묻어 나는 아내의 답변에 그래도 옷보다는 스카프가 남은 게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결혼할 때의 몸매가 아니라 괜스레 마음만 상할 수도 있어 어찌 보면 스카프만 남은 게 잘된 듯도 싶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의 일상은 많은 제약에 갇혀 있으나 이런 소소한 일상의 편린들이 옛 기억들을 반추하게 하며 작은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한다. 평범함이 주는 행복감이다. '중용'에서는 이 평범함..
석민이 혼사 날! 결혼식에서 양가를 대신해 짤막한 덕담 한마디 하라는데... 반갑습니다. 먼저 코로나 바이러스의 심술에도 불구하고 신랑 신부를 축하하기 위해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여러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사람이 살아가며 치러야 하는 큰 일중에 하나가 결혼이라 하지요. 오늘 여기 멋진 신랑 석민이와 아름다운 신부 우연이는 이곳에 참석하신 모든 분들의 축하를 받으며 혼인서약을 맺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삶을 시작해 나가는 의미 있는 날이라 하겠습니다. 두 사람이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잘살겠지요? 그럼요~ 아주 현명하게 잘 살아가리라 믿습니다. 그래도 잘 살아가는 동력을 얻을 수 있게 제게 덕담을 한마디 하려는데 잘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덕담을 빙자하여 먼저 삶을 ..
큰애의 결혼식에 서성이는 코로나 바이러스 올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 난감하기 그지없다. 첫 번째 확진 환자는 중국 여인으로 인천공항 입국 시 공항 검역원에 의해 발견되어 현재 인천의료원에서 격리치료를 받고 있는데, 큰 아이의 혼사를 며칠 앞둔 혼주의 입장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그저 감염증이 수그러들기만을 기다리고 있으나 조급한 내 마음 아랑곳없이 양성 환자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 결혼식에 참석할 가족과 친구들에 혹여 피해나 가지 않을까 그저 걱정만 하고 있는 자신이 초라하다. 지금 인파가 붐비는 곳은 당연스레 사람들이 기피하고 있는데 정작 식장에 친구들을 청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 솔직히 하객이 많아도 걱정이고 적어도 걱정이다. 결혼식 일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