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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내 아내의 삶의 색깔 몇 년 전 아내가 배다리 사진반에서 사진을 배울 때 발표문으로 쓴 글인가 보다. 남편인 나도 미처 느끼지 못했던 감성들을 풀어내는 글의 전개가 편안하다. "내 삶을 색으로 표현한다는 과제가 재미있어요! 가만 생각해 보니 나의 청년시절은 분홍으로 표현될 것 같아요. 집안의 장녀로 태어나 이쁨과 기대를 뱓았고,.비교적 유복하여 어린 시절을 무난히 보냈거든요.. 어느덧 자라 직장을 다니고 결혼을 하면서 내 인생에는 푸른색이 만연했지요. 첫 아이를 낳고 직장을 그만두고 시집생활을 하면서는, 버라이어티한 생활로 인해 어느새 분홍빛에 삶의 무게가 얹히며 서서히 빨강 빛으로 변해 가더군요. 하지만 타고난 천성인지. 낙천적인 생각과 아이를 키우는 재미에 빠지고 취미생활도 하며 나름대로 즐거움을 찾..
교동벽화에서 외할아버지를 추억하다. "뻥이요" 거친 시멘트 블록 벽에 정교하게 그려진 뻥튀기 아저씨의 모습을 바라보자니, 그 옛날 외할아버지 따라갔던 오산장의 풍성함과 시장 한켠에서 뻥튀기를 튀기며 기세등등하게 "뻥이요"를 외치던 아저씨의 묘하게 가릉대며 쇳소리 나는 목소리에 기겁을 하고 귀를 막던 순간이 떠오른다. 장에 가신다는 할아버지를 따라가겠다고 칭얼대는 손주를 무등태워 호기롭게 대문을 나서던 그때, 할아버지 등에서 느끼던 혈육 간의 정이 어찌 그리 따스했던지! 할아버지의 투박한 손을 잡고 졸레졸레 따라 걸으며 바라보았던 아름드리 성황당 느티나무도 인적 없이 황토 먼지 풀풀 날리던 중미 고갯길도 저절로 함께 그려진다. 바로 그곳 지곳리! 임진왜란 때 권 율 장군이 산 밑에서 먹을 물이 떨어지기를 ..
아들 아니야 동생 어머니 뵌지 오래되어 퇴근길에 병원엘 들렀다. 로비에서 T.V.를 보시다 나를 보고 반기는 웃음이 여전해 보여 한시름 놓으며, 누구 다녀 갔냐 했더니 아무도 오지 않았다고 같은 말씀을 하신다. 막내는 거의 매주 찾아뵙고 외식도 시켜 드리곤 하는데도 전혀 기억이 없으신 게 마음 아프구나. 이제는 그려러니 하고 단과자 껍질을 까서 한 점씩 입에 넣어 드리면서 옆에서 함께 T.V를 보고 계시는 할머니에게도 맛보시라고 드렸다.나머지는 침대에 갖다 놓겠다고 하자 꽉 움켜쥐며 그냥 당신께서 가지고 있겠다는 게 딱 어린아이가 과자 탐하듯 하는 모습에 다름 아니다. 얼마 후, 간병인께서 어머니께서 물리치료를 받아야 할 시간이라며 그만 돌아 가시는게 좋겠다길래 서운한 인사를 하는데, 휠체어를 밀고 가시..
벚꽃 산책 소란시런 세상일도 이래 당신 손잡고 걸으이 도란한 산책이다. 너무 늦게 잡아 주어 미안타. 세상 풍파 속에 분투하고 있는 남편의 묵직한 정감이 담겨 있는 글이다, 우리들의 아버지 중 한 사람일 수도, 그림을 그린이의 마음일 수도 있는 글 일테다. 아무렴 어떤가! 지금 이렇게 나와 같이 공감하는 사람이 있으니 그것으로 저 시화는 충분히 제 역할을 하였다. 축제를 며칠 앞둔 시점에 동무하나 꼬드겨 원미산을 찾던 날, 붉게 물든 진달래꽃의 향연을 만끽하고 내려오던 길가에는 채 피기 전인 벚나무에 제목 없는 시화가 한점 걸려 있었다. 시화의 글귀를 보며 불현듯 아버지가 떠올랐다. 아버지께서 하늘로 돌아 가신지 벌써 이십 년, 정감을 표현함이 서툴던 내 아버지 세대에도 아내 손을 잡고 저리 속마음을 내..
큰 애 북경으로 출장을 다녀오다. 취직한 지 한 달만에 큰애가 북경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회사 생긴 이래 이렇게 빨리 신입직원을 해외출장 보낸 전례가 없다는데 무리 없이 마무리하고 돌아온 아들애가 대견스럽다. 본인 스스로도 결과에 만족을 하고 있으니 다행이기는 하지만 이번 출장기간 동안 설이 끼어 있어 (중국은 춘절) 나는 나대로 자식에게 신년인사를 제대로 챙겨 받지 못했고, 아들애는 아들대로 남의 나라엘 가서 명절에까지 일을 하고 돌아왔으니 역시 안 되기는 마찬가지라 우리 가족에게는 올 설은 잊지 못할 명절이 되겠다. 하나 아들 녀석의 말을 가만 들어 보면 이제 중국이고 미국이고 해외지사마다 출장을 도맡아 다닐 것 같은 느낌이 드니 이번 같은 일이 다시없으리라는 보장을 할 수가 없다. 비행기도 처음 타..
이름에 대하여 월간지를 보다 잡지 말미에 이름을 통해 이웃의 인생사를 만나 볼 수 있다는 "이름 요지경"이라는 코너에서 자신의 이름이 "신이 예언한 이름"이라는 제목으로 쓴 벼리라는 사람의 글을 보면서 내 이름을 지어 주고 돌아가신 아버님에 대한 기억과 큰애의 이름을 짓게 되었던 과정에 대해 돌이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내 이름은 "김 현관" 한자로는 金 쇠 금 顯 나타날 현 寬 너그러울 관이다. 그대로 풀이한다면 '금으로 너그러움을 나타낸다'라는 뜻이니 이름대로라면 이순을 넘어가는 지금쯤은 풍족한 생활로 남을 도우며 살아가는 삶이어야 할 텐데 박봉의 월급쟁이마저 그만둔 뒤라 앞으로도 그리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아버님께서는 유복자에다 삼 대 독자로서 항렬을 알지 못해 내 이름을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