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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성묘 가는 날 투명한 파란색의 맑은 하늘을 바라보자니 눈이 시리다. 간간 흐르는 뭉게구름이 푸르름을 강조하여 섧도록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준다. 색의 농담이 주는 그라데이션으로 인해 어느 곳으로 눈을 두어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세상의 물감으로는 도저히 풀어내지 못할 것 같은 고운 색이다. 어제 미국 고모님께서 근 6개월만에 전화를 하셨다. 석준이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겨 홀로 석준이 뒷바라지를 하시느라 노고가 많으셨던 것 같다. 그간에 오로지 주님의 힘으로 고난을 헤쳐 나가신 이야기와 세 형제 중에 가장 정이 든 나를 사랑한다는 말씀과 컴퓨터를 사용하기 힘들어 세상과 소통하는 게 너무 힘드셨다는 말씀을 근 30분간 쉼 없이 꺼내 놓으셨다. 사실 그동안 전화도 불통되고 메일도 안 받아 혹시 건강에 이상이..
아빠도 아프다 [2012년 월간 샘터 11월호 게재글] 작은 애가 돌아 올 시간이 훨씬 넘어서야 돌아왔다. 왜 늦었냐 물었더니 "그냥 볼 일 좀 보고 왔어요.." 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하길래 그런 줄 알았는데, 잠시 후! 일하다 발목을 접질려 진찰받고 오느라 늦었는데 엄마한테 말하면 걱정하실 테니 아버지만 알고 계시라며 넌지시 귀띔한다. 다행히 힘줄만 살짝 늘어나 며칠 지나면 괜찮을 거라는데 한동안 통증이 심했다면서 배시시 웃는다. "이 녀석아! 네가 다치면 엄마만 아프고 이 아비는 무덤덤할 줄 알았더냐? 이 아빠도 아프단다..!" 작은 애는 심성이 착하고 상대에 대한 배려심이 남다르다. 누가 가르친 것도 아닌데 절로 깨우쳐 사회적인 관계를 맺어 나가는 것을 보면 아비 된 입장에서 그저 대견스러울 따름이..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name=https://blog.kakaocdn.net/dn/eH5kSV/btrSZmKtbhW/H9YmSFu3FIKx3KcAoQgXt0/img.png)
강아지와 페라리 그리고 자전거를 사랑하는 큰 아이 큰 애는 현재 두 가지에 매우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자동차에 빠져 자동차 정비까지 배웠고, 장래에는 멋진 "페라리"를 장만하는 게 꿈이다, 또 하나는 집에서 강아지를 키우는 것인데, 두 가지 다 현재로서는 이루지 못할 꿈일 뿐이다. 지금도 자동차는 제가 운전하고 다니며 실내 인테리어부터 부품 교환 등 스스로 개조도 하며 수리도 하고 아쉬운 대로 제 속을 달래고 있는 모양이지만 강아지는 좋아만 할 뿐 키우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으니 그 꿈이 요원하다 할 것이다. 오래전 우리 집에서는 "방울이"와 "해피"라는 이름을 가진 두 마리의 치와와를 키웠다 방울이는 몸 전체가 까만색으로 윤기가 자르르 흘러 고급 비로드를 연상시켰는 데다 발목과 ..
36년 만에 타 본 자전거 내 자전거가 생겼다. 큰 애가 작은애의 생일선물로 자전거를 사 주더니 한참 주무르며 변신을 주던 자기 자전거 수준의 한계를 절감하면서 새 자전거를 구입하고는 어미에게는 미니벨로를, 내게는 제 자전거의 쓸만한 부속들과 새 부속을 끼워 맞추더니 며칠 전 완성을 보았다며 자랑스레 선물을 하면서. 졸지에 우리 집은 1인 1 자전거의 시대를 열게 되었다. 햇빛 찬란한 일요일 아침! 함께 월미도를 가자는 큰 애의 꼬드김에 한참을 망설이다 동행을 결심했다. 사실 자전거를 타 본지가 벌써 30년이 훌쩍 넘어 과연 올라타고서 제대로 운전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으나, 흔히 얘기하는 자전거 타는 법은 아무리 오래되어도 몸이 기억한다라는 말을 믿고 가 보기로 하였다. 훌쩍 올라탄 자전거는 그대로 ..
그린웨이를 다녀오다 며칠 전에 큰 애가 시흥에 있는 " 물왕저수지"로 라이딩을 다녀왔다. 카메라를 가져갔는데 메모리칩을 빼놓고 가서 차선으로 탭으로 사진을 찍었다고 언질을 주면서 슬그머니 내 컴 에 입력해 놓고서는 요리조리 눈치를 보다 "아빠~ 혹시 블로그에 내 사진 올리셨어요..? " 아니! 왜..? 네 사진을 아빠가 왜 올리냐..?" " 아 예~혹시 썼으면 뭐라 썼을까 궁금해서요.. 아님, 말고요... 히히.." 눙치는 아들 녀석의 얼굴에 장난기가 그득하다. 이번에는 두 아들과 큰 아이 친구 상나. 이렇게 셋이 오붓하니 다녀왔단다 얼마 전 아들친구 기훈이가 교통사고를 당해 이번에는 참석을 못하고, 다른 친구들도 사정이 여의치 못해 셋 이만 다녀왔다는데, 얼마 전 포털사이트에 오른 기사를 내게 보여주면..
아내를 사랑하는 방법 새벽녘 나지막이 들리는 바스락 소리에 잠이 깨었다. "어디서 나는 소린가?" 귀를 쫑긋하게 세워보니 밖에서 바르르 처마 울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 바람 소리구나." 창밖은 부옇게 밝아 오는데, 아내는 한 손에 리모컨을 그러잡고 새~애액 코를 골며 곤하게 잠들어 있다. 볼륨이 낮춰진 채 꺼지지 않은 T.V에서는 코미디언들이 모여 앉아 연신 키득대고 있다. 병환으로 돌아가신 철원 처 이모부님에게 다녀와 초저녁부터 곤하게 잠든 아내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피부가 깨끗해 결혼하고도 화장을 거의 안 하며 살아온 아내의 얼굴에서 어느새 처녀적 귀여움은 사라지고 아이들 엄마 모습만이 눈앞에 희뜩하니 다가온다. 내년이면 나와 결혼한 지 30년인데, 무심한 남편을 만나 마음고생을 하며 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