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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내생각들 (92)
형과니의 삶
한 수 접으며 살아가기살다 보면 크고 작은 감정들이 쌓여가고, 그 감정들을 매번 마음속에 품고 살면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세상에서 느끼는 사소한 감정들은 때로는 접어 두고 지나갈 줄 알아야 합니다. 머리를 치켜들고 매번 맞서기만 한다면 삶은 끝없는 싸움처럼 느껴질 것입니다. 작은 일에도 굽히지 않고 대쪽같이 곧기만 하다면, 그 길은 춥고, 멋없으며, 뻣뻣하기만 하겠지요.지금 이 시점에서, 삶에 좀 더 따뜻함과 멋, 그리고 여유를 더하려면 '접기의 달인'이 되는 것이 필요합니다. 감정을 접는다는 것은 단순히 포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관용을 베풀고, 남을 이해하며, 삶의 온도를 높이는 지혜로운 선택입니다. 접기에 인색한 사람이 관용이나 용서 같은 큰일을 이뤘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결국,..
기억의 흔적을 더듬으며나이가 들수록 자주 떠오르는 기억들이 있다. 하지만 그 기억들은 점점 희미해지고, 마치 손끝에서 흩어지는 모래처럼 사라져버린다. 가끔 꿈에서 마주하는 강렬한 순간들이 있다. 그 순간은 분명 눈부시게 선명했지만, 잠에서 깨는 순간 금방 사라져버린다. 머릿속에서 글로 남기려 하지만, 그때쯤이면 이미 공허하게 증발한 후다. 마치 기억이 나에게서 도망치는 것 같다. 하지만 그 공허함조차 기억하고 싶어진다. 그것은 마치 미궁 속에서 길을 잃은 느낌이다.삶도 미궁과 다르지 않다. 무의식적인 꿈속에서야 혹시 삶이 하나의 아름다운 패턴처럼 보이겠지만, 그 안에 있는 나는 내가 가고 있는 길이 어디로 이어질지 알 수 없어 불안하다. 내가 선택한 길이 옳은가? 아니면 끝없는 길을 맴돌고 있는 건가? ..
창밖의 젊음어느 날 아침, 창밖을 바라보며 시작된 평범한 하루. 공기는 산뜻했고, 햇살은 따스하게 나를 감싸주었다. 그 순간, 내가 자연과 함께 있음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나뭇가지 위에 앉아있던 새 한 마리가 시선을 끌었다. 그 새는 마치 날아오를지 말지를 고민하는 듯했다. 떨어질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서 날아오를 때의 설렘을 동시에 품고 있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그 새의 날개짓을 보며 나 또한 날아오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나이 들면서 몸이 예전 같지 않음을 느낄 때가 많다. 그러나, 그런 아침의 청량한 공기와 햇살을 받으며 가슴 속에서 희미하게 되살아나는 젊음의 기운을 느낀다. 초록이라는 단어가 떠오를 때, 나는 생명의 기운을 상상한다. 새싹이 자라나는 모습, 나무 사이를 바삐 오가는 새들의..
찬찬한 발걸음우리는 인생의 무대 위에서 자연스럽게 변해간다. 삶은 극적인 사건이나 갑작스러운 변화만으로 나뉘지 않는다. 오히려 천천히, 매일 조금씩 나아가는 그 발걸음 속에 진정한 의미가 있다. 70대로 다가가는 지금, 나는 삶이 종종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더라도 그 흐름에 따르며 조용히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젊을 때는 종종 빠른 변화와 성과를 원하곤 했다. 큰 성취와 이룬 것들로 나 자신을 증명하려 애썼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삶의 본질이 그러한 외형적 성공에만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제는 하루하루 조금씩, 한 걸음씩 나아가는 여정 자체가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 마치 종달새가 알을 깨고 나와 걷고, 날며, 그 하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이 과정은 급격한 변화가 아..
아, 이게 바로 인생이지나는 문득 꽃 한 송이의 생애와 내 삶을 견주게 된다. 그저 한번 피었다가 바람에 흩날리며 지는 것. 인생도 그런 게 아닐까? 찬란한 순간이 있기도 했지만, 결국엔 바람 따라 흩날리는 시간 속에서 여기까지 온 거다. 돌아보면 지나온 길은 어둠 속에 묻혀 있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은 안갯속에서 희미하게 보인다. 그런 순간마다 나는 종종 내 발자국을 돌아보며 생각한다. “이게 다 무슨 의미였을까?” 하고 말이다.세상에 나와 살면서 이순을 훌쩍 넘기는 긴 시간을 살아왔는데, 신기하게도 결국엔 다 하나의 점으로 사라지는 것 같다. 인생의 크고 작은 기쁨도, 가슴을 휘어잡는 슬픔도 말이다. 하늘을 향해 환호하던 순간들도 있었고, 바닥 끝까지 내려가 숨 막히는 슬픔을 겪었던 순간들도 있었다...
삶의 흐름속에서 춤추기삶은 내 뜻대로 흘러가기를 바라는 것이 어리석은 일이라는 사실을 나는 이제 깨달았다. 나이 들수록 더욱 그렇다. 세상이 돌아가는 속도가 마치 내 나이와 반비례하는 것 같다. 젊을 때는, 세상이 내 손바닥 안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지금은 그저 세상이 나를 스쳐 지나갈 뿐이다.'바쁘다'는 말이 익숙한 사람들, 그들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져 가는 것이 느껴진다. 바쁘게 살아간다고 해서 반드시 가치가 있는 건 아닌데, 다들 그 속에서 의미를 찾으려 애쓰고 있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바쁨은 일종의 자기 위안일지도 모른다. 뭐라도 해야 한다는 강박, 그 속에서 살아 있음을 증명하려는 몸부림. 나도 한때 그랬다. 바쁘게 사는 것이 마치 성공의 상징이자 행복의 조건인 것처럼 생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