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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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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우소에서 만난 큰스님 캄캄한 밤의 헛소리 신라 구산 선문 중에 하나인 동리산문 전통이 깃들인 이 사찰에 밤이 찾아왔다.산사의 밤은 유난히 고요하다. 그래서 달 밝은 밤이 되면 절 마당에 닿은 그림자 소리까지 들린다고 한다. 그 고요함을 깨고 누군가 발자국 소리를 내며 걷고 있었다. 그 발자국 소리는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 법당 앞에 멈추어 섰다. 그러더니 허리춤을 풀고 법당 앞에서 길게 소변을 보기 시작했다. 달빛에 젖은 산사는 이내 그 소리로 흔들렸다. 조금 전부터 절 마당을 걷는 발자국 소리에 눈을 뜬 스님이 그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방문을 열고 밖을 보니 웬 스님 한 분이 법당 앞에서 오줌을 누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을 본 스님이 소리를 질렀다. “이런 미친놈을 보았나. 절 법당 앞에서 오줌을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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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흘릴 줄 아는 장군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장군 이순신(1545-1598년)이 남긴 에는 칼이 울 정도로 나라를 침략한 왜적에 대한 분노도 임금에 대한 충절도 나오지 않는다. 어머니를 그리는 애절한 마음은 있지만, 이는 오늘날 병역의 의무를 하는 군인들의 편지에도 자주 나타나는 평범한 감정이다. 이순신을 괴롭힌 것은 병사들간의 다툼, 부하장수들의암투, 원균(1540~1597년)의 독단적인 행동, 만성적인 군량미 부족이었다. 전투보다 이순신을 더욱 지치게 한 것은 왜적에 대한 공포나 두려움이 아니라 이와 같은 전쟁의 살림살이였다. 이순신은 병사들에게는 칼을 빼든 위대한 장군이 아니라 우리를 먹여 살리는 어머니같은 존재였다. 이 와중에도 이순신은 우리나라 최초의 종군기자 일까지 맡았으니 그 작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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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공명의 적벽대전 제갈공명의 적벽대전 "여기가 《삼국지》에서 제갈공명이 조조의 대군을 무찌른 적벽입니다." 내가 가장 가기 싫어하는 나라는 중국이다. 무엇보다 태어날 때부터 위와 장이 좋지 않아 물이 나쁜 나라에 가면 고생이 심한데 중국은 사막화가 진행 중인 물부족 국가다. 또, 중국 음식 특유의 향채 냄새는 사흘 전 먹은 물까지 토하게 만든다. 하지만 중국을 여행하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즐거움이 있으니, 고전 속에 등장하는 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매력 때문에 인천공항에 들어올 때마다 다시는 가지 않는다, 이제 중국 쪽을 바라보지도 않겠다고 다짐하다가도 기회만 있으면 발길이 옮겨지는지 모르겠다. 중국의 고전, 특히 《삼국지》는 장소의 이동이 심하다. 주인공 유비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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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우를 위한 변명 관우를 위한 변명 서양의 《일리아드》나 《오디세이>가 개인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전쟁, 혹은 나와 다른 사람 간의 전쟁이라는 1대 1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데 비해 《삼국지》는 나와 무수히 많은 사람 간의 전쟁을 그렸다. 유비는 아들을 버림으로써 수많은 부하들과 벌인 전쟁에서 승리한다. 이런 점 때문에 유비는 무기를 들고 피바람을 불게 하는 전쟁이 아닌 총성 없는 전쟁인 외교전에 승리한 것이다. 고우영의 《삼국지>에서 단연 주인공은 관우이다. 시골 서당의 훈장이기는 했지만, 삼형제 가운데 그나마 제대로 된 지식을 갖춘 인물이었고 훤칠한 키에 청룡언월도를 휘두르는 무용과 성질 급한 동생 장비를 진정시키고 형수를 구출하기 위해 천하의 원수 조조에게 허리를 굽힌다. 이런 관우가 진정 갈구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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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인가, 역사인가 / 삼국지 소설인가, 역사인가 어린 시절 나를 열광하게 만든 것은 빨간 비디오도 아니요 그렇다고 모범생은 결코 아니었으니 학교 공부는 더더욱 아니었다. 누구나 어린 시절 읽은 책 가운데 강하게 뇌리에 남는 것이 있을 것이다. 내 경우에는 엉뚱하게도 만화책이 머릿속을 맴돈다. 책 제목은 동양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손에 잡아봤을 《삼국지》다. 그런데 무더운 한여름에 친구들과 함께 다락방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땀을 비 오듯 흘리며 누가 볼세라 읽은 책은 소설이 아니라 고우영 화백이 그린 '만화' 《삼국지》였다. 당시는 장발단속이 이루어지고 미니스커트 길이를 자로 재던 시절이었고, 간혹 만화 속에 등장하는 여인의 벗은 몸뚱어리나 욕설에 가까운 언어는 공산당이 싫다고 외쳐야 할 어린이가 볼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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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잡는 칼이라 소 잡는 칼이라 "노승불용우도老僧不用牛刀한다." '노승은(老僧)소 잡는 칼을(牛刀)쓰지 않았다(不用) 말로, 조주선사가 내놓은 화두이다.' 무엇이 자기의 본 마음짓이냐는 물음에 '불용우도不用牛刀'라고 딱 잘라 말하니 간담이 서늘하다. 까불지마라. 호주머니 칼로도 네놈을 잡고도 남는다는 단언이니 그 앞에서 어쩌고저쩌고 주둥이 놀릴 놈이 없다. 창알머리가 없으면 구슬리고 달래 준다 한들 깨우칠 리가 없다. 차라리 겁을 주어 얼마나 못난 놈인지를 알아채게 하는 것이 낫다. 세상에는 섶을 지고 불 속으로 뛰어들겠노라 만용을 부리는 똘마니들이 많다. 그런 똘마니들은 그물질을 하여 한꺼번에 형틀에 얹어 놓고 곤장 몇 대만 쳐도 덕장에 놓인 동태처럼 얼어 버리고 만다. 그러니 소 잡는 칼을 내놓고 덤..